그냥 나답게 살고 싶었다

by 소소한빛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려는 것이니라.”

— 예레미야 29:11



육아휴직 중이다.

출근하지 않는 아침은 처음엔 낯설고, 다음엔 고요하고,

그러다 점점 불안했다.


하루가 한없이 느리게 흐른다.

아이는 옹알이하고, 밥을 흘리고, 울고 웃는다.

나는 일하고 있지 않은데, 매일 일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수고와 반복의 시간.


내가 멈췄다고 느끼는 사이,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

친구들은 경력을 쌓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잘 사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나는 식탁 위 물티슈 더미를 바라보며

“나만 이렇게 멈춰도 괜찮은 걸까?”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지금 이 삶도 당신 뜻 안에 있는 시간입니까?”



그렇게 미니멀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자극을 줄이고 싶었다.

비교하는 눈을 감고 싶었다.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접고,

낯선 사람들의 잘난 삶을 보는 대신

내 식탁 위 국 하나, 물 한 잔을 보는 연습을 했다.


비우기 시작하니, 삶이 숨을 쉬었다.


아이 장난감을 정리하면서

내 마음에 쌓여있던 미련도 조금씩 치웠다.

매일 입던 옷 몇 벌을 남기고

‘언젠가 입겠지’ 하던 옷들을 비웠다.

그러자 옷장이 아니라 내 시선이 맑아졌다.



돈을 벌지 않아도, 나는 지금 ‘살고’ 있다


일할 땐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았다.

‘이걸 평생 해야 하나’ 싶은 마음과

‘그래도 돈 벌어야지’라는 책임감 사이에서

나는 종종 탈진했다.


지금은 ‘일하지 않는’ 시간이지만

삶은 오히려 더 가득하다.


아이가 웃는 순간, 내가 정리한 방의 햇살,

소박한 식탁 위 국 하나에도,

내가 만든 ‘작은 질서’가 있다.



나의 꿈, ‘미니멀한 전문가’가 되는 것


요즘 나는 생각한다.

육아와 일 사이, 버텨낸 날들 위에

조금씩 나만의 ‘작은 전문성’을 쌓고 있다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

체험단 외식을 신청하고, 사진을 찍고,

작은 소감 하나에 나만의 문장을 담아본다.

이게 바로 내 일상이다.


나는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조용히 오래 살아가는 삶을 원한다.


그 안에

비움의 기술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있고,

지나가는 계절을 알아차릴 여유가 있다.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평안이요…”

지금 이 시간이 바로, 그 평안의 일부라고 믿고 싶다.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직함이 없어도,

나는 지금, 충분히 살아가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는 물건이 아니라, 시선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비워낸 만큼 더 깊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내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

나는 나답게,

하나님 안에서,

천천히 오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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