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잠든 밤, 정리되지 않은 장난감을 보고도 모처럼 그냥 두기로 했다. 저마다 제자리에 놓여야 할 것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지만, 오늘만큼은 그대로 두고 내 마음을 먼저 정리하고 싶었다.
요즘 나는 육아를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육아는 해야 할 것이 끝도 없이 쏟아지는 일상의 연속이고, 처음엔 그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려 했다. 기저귀도 제시간에 갈아야 하고, 이유식도 정성껏 만들어야 하고, 장난감은 교육적으로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이라면 다 해주고 싶었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하지만 어느 날 거울 속 내 얼굴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그리고 동시에, “아이는 나 때문에 행복할까?”라는 질문도 따라왔다.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가 흘린 쌀알을 주우며, 내 마음도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장난감은 많을 필요 없다는 걸 깨달았고, 예쁜 옷보다 편한 옷이 훨씬 좋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하루에 세 가지 놀이 대신, 하나의 놀이에 집중하며 더 많이 웃어주는 게 더 중요했다.
나는 아이와의 시간을 ‘채우는 것’보다 ‘함께 머무는 것’에 가치를 두기로 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아이는 나를 찾는다. 곁에만 있어도 아이는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걸 안 순간, 엄마인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 육아는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일이 아니다. 내 욕심, 비교, 조급함 같은 감정도 함께 덜어내야 가능한 일이다. SNS에서 다른 엄마들의 화려한 육아일상을 볼 때면 아직도 흔들리지만, 그럴 때마다 내 아이의 눈빛을 본다. “엄마, 지금 이대로도 좋아.” 아이는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내게 알려준다.
오늘도 또 하나를 덜어냈다. 꼭 읽혀야 한다고 생각했던 전집 한 권을 처분했다. 아이는 그 책 대신 나와 장난감 자동차로 길을 만들며 한참을 놀았다. 내일은 꼭 필요 없었던 이유식 조리도구 몇 개를 빼보려 한다.
육아는 줄이는 만큼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아이와 함께한 진짜 시간이 채워진다.
오늘도 덜어내는 중이다. 아이보다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던 불필요한 것들을.
나는 오늘도, 미니멀하게 살아낸 한 사람의 엄마로 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