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은 종려나무 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성장하리로다. 여호와의 집에 심겼음이여, 우리 하나님의 뜰에서 번성하리로다.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
– 시편 92편 12-14절
젊었을 때는 늙는 것이 두려웠다.
주름이 늘어나는 것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회에서 잊히는 것이 마치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때는 하루하루를 멈추고 싶었고,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 하루를 시작하며 거울 앞에 선 나의 얼굴엔 예전엔 없던 어떤 평화가 있다.
예전보다 단단해진 눈빛, 웃을 때마다 깊어지는 주름, 고요한 나의 목소리에서 나는 생애 처음으로 지혜의 무게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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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땐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다.
더 높은 자리, 더 큰 돈, 더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는 것.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듯 삶도 흐르며 깨달았다.
“무엇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남기느냐”라는 것을.
나이 들수록, 내가 남긴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하루를 버틸 용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겪은 아픔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위로를 받는다.
나는 이제, 젊은 날엔 몰랐던 *‘진짜 힘’*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과시도, 속도도 아닌, 인내와 자비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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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리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약속인가.
세상은 늙음을 약화로 여기지만, 하나님은 늙음을 축복이라 말씀하신다.
진액이란 생명력이고, 청청함은 여전히 푸르름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더 자주 웃게 된다.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도, 상황도, 나 자신도 이제는 바꾸려 하기보다는 껴안는다.
그 순간부터 삶은 더 이상 투쟁이 아니라 ‘은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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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기도가 흘러나왔다.
“하나님, 제가 늙는 동안에도 저를 써주세요. 제가 여전히 열매 맺는 나무이게 해주세요.”
그 기도는 두려움을 넘는 믿음의 고백이었다.
이제는 내가 가진 경험, 실수, 회복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건네주고 싶다.
나이 듦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더 빛나게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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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머리는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
– 잠언 16장 31절
늙는 것이 아니라, 나는 자라나는 중이다.
오늘도 하나님의 정원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나무가 되어간다.
이 늙음이, 바로 내 삶의 가장 따뜻한 계절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