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풀과 같고, 그의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 베드로전서 1장 24-25절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문득,
예전엔 한참을 들여다보던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피곤해 보이는 눈가, 쉽게 가라앉는 턱선,
그리고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던 흰 머리 한 올.
순간, 마음 한구석이 휑했다.
이제 나는 젊은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더는 중심 무대의 주인공도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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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였다면,
세상은 얼마나 허망했을까.
나이가 들며 잃은 것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얻은 것이 있다.
‘빠름’보다 ‘깊음’을 알게 되었고,
‘많음’보다 ‘충분함’을 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의 박수보다 하나님의 눈길을 갈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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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땐 모든 걸 내 힘으로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내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그리고 하나님이 얼마나 선하신지 알게 되었다.
실패했던 순간이 많았다.
다 포기하고 싶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마다 하나님은 나를 다듬고 계셨다.
그분의 손길은 내 상처 위에 머물렀고,
결국 그 상처들은 누군가를 살리는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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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지금, 나는 조용히 기도한다.
“하나님, 이제는 나의 삶이 아니라,
당신의 뜻이 흐르는 통로가 되게 해주세요.”
이제 나는 무대 앞이 아니라
뒤에서 조용히 등을 떠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빛나는 조명보다, 따뜻한 등불 하나를 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 숨을 쉴 때
이 한마디를 하나님께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
“아버지, 제 인생은 당신의 손 안에서 참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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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언젠가 시들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
나는 이제, 그 은혜 안에서
오늘도 조용히 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