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자주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를.
그리고 그 철없음이, 때로는 나를 얼마나 지켜주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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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나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힘들면 기대면 되고, 불편하면 피하면 된다고 여겼다.
‘어차피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마음으로, 인생은 고되고 팍팍한 어른들의 투정처럼만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철이 없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을 다니며,
하루에 세 번 식사를 준비하고, 밤마다 아이의 발을 맞잡고 잠드는 생활을 이어가며
나는 ‘진짜 철이 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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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시절엔,
누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으면 마음이 휘청였다.
누군가와 비교당하면 금세 자신이 초라해졌고,
조금만 피곤해도 ‘이게 다 내 탓’이라며 자책하곤 했다.
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발버둥쳤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나를 끝까지 끌어안아주는 건 결국 내 자신이라는 것을.
아무리 서툴고 부족한 나라도, 누군가의 전부이고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내 삶의 가치는 숫자나 타인의 평가가 아닌,
매일 아이의 웃음과 남편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는 내 마음에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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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철없던 내가 그립기도 하다.
그때의 나는 상처에 무방비였지만, 꿈만은 크고 찬란했다.
세상이 무서우면서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외칠 줄 알았다.
지금의 나는 현실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지만,
그때의 나는 두려움 앞에서도 ‘한 번 해보자’며 내달렸으니까.
그러니 나는 이제 그 시절의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철없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나였고,
그 둘이 손잡고 걸어왔기에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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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든다는 건 결국,
내가 지고 있는 짐을 원망하지 않고,
그 짐 속에서도 작고 소중한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마음 같았다.
철이 없던 시절에는 몰랐던, ‘사는 일의 무게’와
그 무게를 기꺼이 짊어질 줄 아는 용기.
지금의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매일 흔들리고, 자주 지친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아이가 웃으며 달려오고,
남편이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면,
나는 오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 꽤 잘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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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나야,
네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
그 시절 꿈 많고 눈물 많던 너를 안아주고 싶다.
그땐 몰랐겠지만,
너의 그 유약함이 지금의 단단함으로 이어졌다고.
고맙다.
그리고 괜찮아.
우리,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