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밤늦게까지 놀아도 혼나지 않고,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른은 자유롭고, 멋지고, 책임감 있고,
무언가를 단단히 쥐고 살아가는 존재처럼 보였다.
그런데 진짜 어른이 되어보니,
그건 반만 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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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인생은 어딘가로 ‘가는 길’이 아니라,
그냥 묵묵히 ‘들고 가는 길’ 같았다.
그 무게는 누구에게나 있다.
누군가는 부모의 병환을,
누군가는 아이의 미래를,
누군가는 자존감이 무너지는 직장을,
누군가는 경제적 불안을
어깨에 올려놓고 살아간다.
무게의 종류는 다르지만,
그걸 일정하게 지고 가는 것.
그게 어른이라는 사실을
나는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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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너무 버거웠다.
몸은 하나인데, 할 일은 열이고 백이었다.
집안일, 육아, 출근, 감정 조절, 관계 유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라는 질문이
마음 한구석을 톡톡 두드렸다.
누군가 “그래도 너는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주면
눈물이 핑 돌기도 했지만,
정작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었다.
“지금의 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오늘도 네 몫의 무게를 잘 싣고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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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결국,
그 무게를 남 탓하지 않고,
자기 탓도 과하게 하지 않으며,
묵묵히 싣고 가는 사람 같다.
크고 작은 걱정들이
마치 바퀴에 묻은 진흙처럼
자꾸만 덕지덕지 붙지만,
속도를 줄이고, 숨을 고르고,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씩만 실어 가는 것.
때로는 무게를 내려놓을 타이밍을 아는 것도
어른의 용기이고 지혜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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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나만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잠시 멈춰 서서 숨을 들이쉬고,
이 길을 나만 걷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한다.
모두가 각자의 짐을 지고 걷고 있다는 걸.
어떤 이는 겉으로 가벼워 보여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짐을 싣고
비틀비틀 걷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함부로 타인을 부러워하지 않게 되고,
내가 싣고 가는 무게에 대해
조금은 너그러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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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는 완전히 어른이 되지 못했다.
사소한 말에 흔들리고,
비교에 불행해지고,
내가 선택한 삶에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걸 이겨내는 슈퍼맨이 되는 게 아니라,
이 무게를 일정하게 싣고,
무너지지 않을 만큼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거야.
그리고
오늘도 나처럼 무게를 지고 걷는 이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우리,
잠깐씩 쉬어가도 괜찮아.
어차피 우리는 모두,
무게를 싣고 가는 어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