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마음이 꺼끌거렸다.
겉으론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속은 까슬까슬하고 눈앞은 자꾸 뿌예졌다.
별일 아닌 말에도 마음이 욱했고,
작은 실수에도 스스로를 야단쳤다.
사실, 아무도 나를 뭐라 하지 않았는데
나는 오늘도 내 감정에 재를 뿌리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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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이러지?’
‘감정 기복 심하다는 말 듣기 싫은데…’
‘엄마니까, 어른이니까, 참아야지.’
익숙한 말들이 마음속을 맴돌았다.
어릴 땐 울면 되던 일이
언제부터인가,
울면 ‘약한 사람’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슬픔을 말하면 징징거린다고 하고,
불안을 내보이면 예민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감정을 숨기고,
웅크린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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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
아이를 재우고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있자니
가슴속 어딘가가 ‘그만 좀 참자’고 소리쳤다.
그래서 참지 않았다.
베란다 문을 열어놓고
가만히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울었다.
크게 울지 않아도,
눈물 몇 방울로도
가슴속 무게가 조금씩 풀어졌다.
울고 나니
조금 허전했지만,
이상하게도 덜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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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감정은 약점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걸.
슬프면 우는 거,
속상하면 말하는 거,
두려우면 무서운 거라고 말하는 거—
그건 약한 게 아니라
온전히 나로 살아가려는 용기였다.
감정을 억누르며 사는 건
마치 숨을 참은 채 바다를 건너는 것 같았다.
겉으론 잘 헤엄치고 있는 것 같아도
속은 이미 질식해가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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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조금씩
감정에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누군가 나를 ‘너무 감정적이다’라고 말해도
‘그래, 난 감정적인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에게도 말해줄 거다.
슬프면 울어도 된다고,
엄마도 가끔 울고 나면 괜찮아진다고.
감정은 숨기기 위한 게 아니라
들여다봐주고, 다독여주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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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잠깐 울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나를 다시 껴안을 수 있었다.
그러니 내일도,
감정이 밀려오면 그냥 느끼자.
기뻐지면 웃고,
슬퍼지면 울고,
두려우면 멈춰 서도 괜찮다고 말하자.
그렇게 하루하루,
내 마음을 조금씩 지켜가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