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정신없이 시작됐다.
울며 떼쓰는 둘째,
빵 한 입도 안 먹으려는 첫째,
그리고 늘 초조하게 눈치를 보는 나.
하루가 시작되자마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터질까’ 하는 마음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는 게 왜 이렇게 늘 긴장되고,
왜 이렇게 자꾸만 버거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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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후가 되자
하늘이 환하게 갰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창문을 열었더니
햇살이 쏟아졌고,
오랜만에 커피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낮잠 자고 있었고,
나는 잠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아무도 말 걸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몇 분이
마치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 나 오늘, 그래도 조금 행복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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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나쁜 뉴스도 많고
세상이 더 각박해졌다는 말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한 번씩
‘살만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친구의 짧은 안부 톡,
엄마가 싸준 반찬에서 느껴지는 집밥 냄새,
우연히 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옛 노래,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아이가 내게 안겨오는 순간.
그런 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듯 지나가지만
마음 어딘가를 살며시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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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안 좋은 일도 많다.
월급날은 너무 멀고,
체력은 자꾸 바닥나고,
내 마음을 진짜로 알아주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고.
하지만 그런 하루 속에서도
소소한 ‘좋은 일’이 숨어 있다는 걸
오늘처럼 문득 깨닫는다.
좋은 일이란
큰 성취나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그저 오늘을 무사히 버티고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었던 것.
그 자체로 충분히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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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이 일기의 마지막에
좋은 일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아이가 “엄마 사랑해” 하고 안아줬다.
노을이 예뻤다.
커피가 맛있었다.
나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이 네 가지면 충분하다.
살만한 이유로는, 넘치게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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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뭐가 기다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 이 순간만큼은
생각보다 괜찮은 하루였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쁘기만 한 인생은 없어.
가끔은, 아니 은근 자주
살만할 때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