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한때는 그렇게 꿈꿨다.
하고 싶은 일, 나다운 일, 좋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몰입할 수 있는 일.
그게 직업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현실이 되면 내 삶도 조금은 덜 고달프지 않을까.
하지만 살다 보니 안다.
세상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사람보다,
그저 오늘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걸.
그게 현실이었다.
마음이 동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
억지로 웃어야 하고, 견뎌야 하고,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그런 날들.
그 속에서도 우리는 일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늘 앞섰다.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당장 생활을 위해, 생계를 위해, 아이를 위해,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삶.
어느 날은 지치고, 어느 날은 서럽고,
어느 날은 이게 정말 내가 바란 인생이 맞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 아닐까?
몸이 아파서, 마음이 아파서,
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떠올릴 때,
지금 내가 그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고,
작게나마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참 소중하다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됐다.
하기 싫은 날에도 일어나야 하는 아침이 있고,
숨이 턱 막히는 회사 안에서도
나를 기다리는 작은 업무가 있고,
그걸 끝냈을 때,
누군가 “수고했어요”라고 말해주는 순간도 있다.
그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
내가 여전히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나를 지탱하는 힘이 아직 남아 있다는 증거.
물론 언젠가는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꾸리고 싶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소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꿈처럼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 꿈을 잠시 옆에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나를 지켜내는 삶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걸 통해 조금이라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축복일 수 있다.
그걸 견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꽤 잘 살아가고 있는 거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출근한다.
큰 뜻도, 대단한 열정도 없지만
묵묵히 나를 유지시키는 그 작은 일들 안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그리고 오늘 밤, 나 자신에게 말해줄 것이다.
“오늘도 고생했어.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 견뎠고,
그만큼 너는 참 단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