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내 삶엔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났다.
청소, 빨래, 장보기, 육아, 회사 일…
한동안 나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서 삶의 짐을 끝없이 짊어지고 있었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모두 다 이렇게 살잖아.’
그런 생각으로 하루를 견디며,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달렸다.
그러다 어느 날, 거실에 널브러진 장난감을 치우다가 문득 멈췄다.
이 많은 장난감 중에서 우리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몇 개나 될까?
이 장난감을 사기 위해, 나는 몇 시간을 회사에서 일했을까?
나는 누구를 위해 이 물건들을 사들이고, 정리하고, 결국 버리는 걸까?
그날 이후 나는 아주 조금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낡은 옷, 읽지 않는 책, 유통기한 지난 식료품부터.
물건을 줄이는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
진짜 어려운 건 마음을 비우는 일이었다.
‘이걸 버려도 괜찮을까?’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에게 미안한 건 아닐까?’
무언가를 버릴 때마다 마음 깊은 곳의 불안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나씩 덜어낼수록 내 마음은 가벼워졌다.
마치 내 안의 먼지를 털어내는 느낌이었다.
물건이 줄어드니 청소가 쉬워졌고, 정리가 빨라졌고, 무엇보다 ‘나는 지금 충분히 잘 살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다.
이제는 물건을 고를 때도 마음을 기준으로 삼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나?"
"이게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가?"
"이걸 위해 시간을 쓰고 싶은가?"
그 질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싸고 좋아 보여도 들이지 않는다.
삶은 꽉 찬 것으로 빛나지 않는다.
오히려 비워진 틈새에서 나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들인다.
짧은 낮잠, 따뜻한 차 한 잔, 아이들과의 눈맞춤,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
이런 시간은 어디서도 살 수 없는, 가장 값진 것들이다.
지금도 가끔은 덜어내기가 망설여진다.
가난한 시절을 기억하는 내 안의 아이가,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내 마음이, '혹시'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되묻는다.
"이게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하나요?"
살면서 많은 걸 갖지 못했지만, 덕분에 알게 되었다.
필요 없는 걸 덜어낸 삶이야말로, 진짜로 풍요로운 삶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