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느릿했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었고,
아이 밥 차리는 것도, 설거지도,
심지어 브런치에 글 하나 쓰는 것도 버거웠다.
예전의 나라면,
벌써 “왜 이렇게 게으르지?”
“의욕도 없고, 맥도 없고, 넌 도대체 왜 그러니”
이런 말들로 마음을 툭툭 찔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나는
그 목소리에 조금씩 저항하고 있다.
조용히 말해본다.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은 숨 고를 시간이야.”
나를 혹사시키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
나는 늘
열심히 살아야 하고,
멈추면 안 되고,
모든 걸 잘해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의무’에 쫓겨왔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사회인으로서,
때론 작가로서,
모든 역할에 모범답안을 맞추듯 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삶은
내 안의 생기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살아낸다”는 말이
“살아간다”보다 더 맞는 표현이 되어버렸고,
미소보다 한숨이 더 익숙해졌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삶'
지금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조금만 쉬었다 가도 괜찮다’는 허락.
누가 주지 않아도,
이제는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다.
오늘 글을 쓰지 못해도,
집이 좀 어질러져 있어도,
아이와 잠깐 짜증냈어도,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도
나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작은 것들을 지켜낸 하루,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커다란 성취는 없었지만
아이가 아프지 않았고,
나는 울지 않았고,
밥 세 끼를 먹었고,
새소리도 듣고 살랑살랑 바람에날리는
들꽃도보고 초록색으로 뒤덮인 공원에
산책하고
아이들이랑 예배도드렸다.
감사하다. 오늘도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