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by 소소한빛

요즘 나는

자꾸만 마음이 복잡해지려 할 때마다

이 말을 꺼내어 읊조린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어릴 적에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왜 산이 산이고, 물이 물이라는 말을 굳이 할까?

당연한 걸 당연하게 말하는 이 말 속에

뭔가 깊은 것이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예전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지?"

"뭘 잘못했지?"

끝없이 나를 탓하고,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쳤다.


그런데 이제는 좀 다르다.

안 좋은 일도 그냥 일 중 하나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본다.


“오히려 좋아.”


퇴근길에 비가 쏟아졌다.

아, 우산도 안 챙겼는데.

처음엔 짜증이 났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었다.

‘오히려 좋아.

우산 없으니 천천히 걸을 핑계가 생겼고,

물에 젖은 나무 냄새도 맡을 수 있잖아.’

그렇게 걷다 보니

비 오는 길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단순하게 산다는 건

삶이 나에게 내미는 ‘변수’에

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일이 잘 안 풀려도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좋아.”

아이가 오늘 따라 유난을 떨어도

“오늘 감정 표현을 더 할 수 있는 날인가 보다.”

누가 내 진심을 몰라줘도

“그 사람은 나를 다 알지 못하니까, 괜찮다.”

이렇게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복잡한 감정들이

슬며시 녹아내린다.


요즘 나의 삶의 목표는

**‘편안하게 살기’**다.

막연히 ‘성공’이라는 단어가 나를 이끌었던 시절엔

늘 조급했고, 비교했고, 기운이 빨렸다.


이제는 조금 느려도 괜찮고,

조용히 내 자리를 지켜도 충분하다.

‘사는 것 자체’가 의미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이 말 속에는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욕심을 덜어내고,

의무를 덜어내고,

잘 살아야 한다는 부담까지 덜어내면

남는 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그리고 오늘 하루.


오늘 하루도

조용히 잘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나를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말해준다.


“괜찮아, 오히려 좋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야.

그렇게 그냥, 살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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