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기록. 요즘 일상. 미래에 대한 반복되는 헛걱정.
나의 2020년 9월의 고민. 현재의 나(2025년)는 매우 달라졌다.
호기심과 걱정이 많던 25살의 나.
비공개로 저장해두었던 글을 올려보며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싶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이틀을. 일주일을. 한 달. 일 년을 보낼까 궁금하다.
벌써 가을이 왔다. 2020년 8월 7일 입추는 한참이나 지났고 나는 인제야 가을을 느낀다.
가을이 왔는데 한 달이 지난 후에 실감한다. 정말 가을이구나 하고 말이다.
다들 계절을 느끼고 있을까? 이 시간의 온도와 바람과 냄새를 맡을 여유가 있을까?
대학을 졸업한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아직도 난리인 코로나가 발생한 지도 어느덧 9개월이 지났다. 생각보다 시간은 참 빨리 간다. 내가 캐리어에 짐을 싸고 있을 때면 아버지는 또 어디 가냐? 묻곤 했다. 작년 겨울엔 동생과 동유럽 여행을 갔고, 여름엔 미국 여행 또 가을엔 태국 여행을 갔었다. 제주도도 세 번쯤 갔다. 미친 듯이 여행을 했다. 나는 여행계획을 잡고 항공권을 끊었고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다 하면서 여행을 다녔다. 또 짧게 가는 건 싫다며 무조건 길게 가겠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가 막힌 애다. 긴 여행=많은 돈이라는 걸 잊은 채 무조건 길게 가서 많이 누릴 거라니 말이다.
난 여러 나라와 국내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며 생각과 가치관이 참 많이 바뀌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가치는 점점 부피가 작아져서 더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었다. 또 가족에 대한 감사였고 삶의 여유를 알았다. 다른 것에 대해 더 너그럽게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소설책을 빠르게 해치우듯이 읽은 듯 대학 생활을 난 참 치열하게 살았다. 나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다 미국 여행을 갔을 때 봤던 것들이 많은 걸 알려줬다. 넓은 들판과 캠핑을 즐기던 가족들, 해변에 한가로이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은 다시 삶에 활력을 준다는 걸 알았다. 그냥 흘러가는 데에 맡겨도 내 걱정보다 괜찮다는 것이다. 그들을 지켜보던 내 시선은 필름처럼 내 기억에 남아있다. 그것을 아직도 꺼내 보는 걸 보면 난 그때가 참 좋았나 보다.
더위의 바람도 결국 지나서 가을이 온다.
벌써 9월도 중순이 지났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입사하고 퇴사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했고 혼자 작업을 했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안 한 것 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맞다. 그냥 내 앞의 길을 걸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난 주변을 보는 법을 알았다. 여름엔 시원한 에어컨 공기보다 푹 찌는 더위가 온전한 여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알았고 땀 흘리면서 얼려놓은 수박을 갈아 마시는 행복을 알았다. 또 언제 더웠냐는 듯이 천천히 차가워지는 공기를 마시며 웃기게도 바스락거릴 낙엽을 기다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가까웠지만 보지 않았던 부모님을 본다. 예전보다 힘이 없어보이고 유난히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더 힘들어하고 체력이 약해지는 걸 본다. 왜 진작 보지 않았을까. 뭐가 그리 급하다고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도 한다. 성공해서 효도를 해야 할 텐데 막연하게 걱정을 한다. 그렇다고 아주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끝이 없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결론도 없다. 내가 사는 건데 나만 행복하면 되는데 우린 참 많은 걸 걱정하는 것 같다. 그냥 걸어갈 뿐이다. 그냥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