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피곤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으면 하는 날.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날.
지극히 평범하게 오늘 하루를 바람 스쳐가듯 흘려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날이면 날일수록 알지 못했던,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일들은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내 발목을 잡으며 매달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모두 의견과 견해가 다르다. 그것이 우리의 사회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 곳으로 향하면 부딪힐 일이 없으련만, 거리의 사람들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서 걸어도 걷는 길이 다르다.
400m 달리기 경기처럼 자기 레인의 길을 주시하며 그 안에서만 뛰어가면 좋으련만, 우리의 인생은 400m만큼 짧지 않다. 42.195km의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마라톤 코스처럼,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해 뛰어가지만 모두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헐떡거리고, 좌우로 휘청거리며 뛰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나는 마라톤 경기의 출발선에 서있다.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와 동시에 뛰기 시작했지만, 내가 원하는 길로 뛸 수 없다. 수많은 인파에 치이고, 멈추고, 다시 뛰기를 반복한다. 잠깐만 멈칫해도 뒷사람에 치여 넘어질 위험이 가득하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정신을 차려야 할 판에, 나는 밀집된 군중 안에서 옆사람이 내뱉는 날숨을 들이쉬고, 또 옆사람에게 나의 날숨을 전달한다.
나는 더 빨리 달려서 혼자 달릴 수도, 아니면 뜀박질을 멈추고 경기를 포기하거나, 열심히 체력을 길러 좀 더 나은 다른 대회를 준비할 수 도 있다. 아니면 영원히 마라톤 경기를 하지 않을 수도.
에라, 뛰기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