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by 혁꾸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오늘은 아침에 일 ~찍 일어나고 싶었지만 내 몸은 그렇지 못했다. 11시에 일정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피곤한 나의 몸은 10시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 10시 30분이 돼서야 몸을 일으켰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려고 준비해서 복도로 나왔다. 샤워실에 들어가 물을 켜고 따뜻한 물이 나오길 기다리며 샤워기를 잡은 손의 검지를 뻗어 샤워기의 온도를 체크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록 따뜻한 물은 나오지를 않았다. 옆에 보일러를 보니 보일러의 온도기는 찬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찬물로 곤혹스럽게 머리를 감았다. 오늘 머리만 감으려고 해서 다행이지, 샤워를 하려고 준비하고 들어왔다면.. 정말 아찔하다.


외출 준비를 끝낸 후 개인 사물함에 모든 것을 때려 박은 후 숙소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일정은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관람 한 뒤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지젤 공연을 관람하는 일정이었다. 여유롭게 다니려고 계획한 일정이었지만 일정이 만만치 않았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가는 길에는 폰탄카 강으로 이어지는 3개의 수로를 만날 수 있었다. 수로마다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건물과 수로, 그리고 수로를 건너는 다리의 조화는 너무 아름다웠다. 폰탄카 강은 세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바람을 타고 꿀렁이며 흐르고 있었다. 폰탄카 강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너울을 이루며 한쪽으로 이리로 저리로 흐르고 있었다. 여행을 하며 세게의 강을 만났는데 바람의 영향일지도 모르지만 제각각 다른 너울과 유속을 가지고 있는 강들을 볼 수 있었고 지역마다 다른 강의 모습이 엄청 인상 깊었다.



에르미타주 미술관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도착했고 건물은 정말 너무 예뻤다. 옆에는 해군기지 건물이 가까이 붙어있었는데, 군기지 치고는 너무 아름다운 건물이다. 모르고 본다면 여기가 해군 기지인지, 러시아 궁전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표를 사야 하는데 어디서 사야 할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구관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신관으로, 신관에서 다시 구관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나서야 구관에서 표를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알아내어 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구관이 본 건물인데 초록 하늘 한 건물 입구로 들어간 뒤에 정원을 지나 어린 여자아이 얼굴 동상 쪽으로 이동하면 미술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1월, 비수기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미술관을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성수기 시즌에는 1시간이 넘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약 20분 정도의 대기시간을 가진 후 우리는 미술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밖의 무인발권기를 이용하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미술관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국제학생증을 가지고 있으면 무료로 관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티켓 오피스 창구를 이용하여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미술관의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티켓 창구를 만날 수 있다. 창구에서 국제학생증을 이용하여 무료로 관람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국제 학생증이 없다면 한 사람당 700 루블을 지불해야 한다.)


로비로 들어가면 바로 외투를 맡길 수 있다. 외투를 맡긴 뒤에 미술관으로 들어가 미술품들을 관람했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모든 작품들을 1분씩만 감상해도 모든 작품을 감상하는 데 8년이 걸린다고 한다.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미술 작품들을 관람했는데도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깜빡하고 미술관의 팜플랫을 가져오지 않아서 그저 발길 가는 데로 관람했는데, 지도 없이 관람하는 미술관은 미로가 따로 없었다. 전부 다 봤다고 생각하고 홀로 나와 팸플릿을 열었는데, 아직 가보지 못한 비밀의 장소들이 아직 가득 남아 있었다. 그래서 다시 작품들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티켓 한 장당 6개의 미술관을 한 번씩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왔는데 다시 못 들어갈 줄은 몰랐다고 설명하며, 다시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음씨 좋은 츤데레 러시아 인포메이션 직원은 친절하게 담당 부서로 전화를 걸어서 우리가 다시 미술관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다시 미술관으로 입장하여 보지 못한 작품들을 관람하고 나니 오후 3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미술관에 들어온 시간은 12시 30분 남짓이었는데 거의 2시간 반 가량 미술작품을 보며 돌아다녔다. 에르미타주 미술관 본관은 앤티크 한 러시아이의 느낌이 가득했다. 방마다 여러 나라의 역사와 유적의 느낌으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아주 오래전 쓰던 장식품, 돈, 그리고 아름다운 조각상들과 옛 궁전의 내부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특히 예수에 관한 미술품과 조각상이 많았으며, 섹션마다 부처, 붓다에 관한 조각상과 미술품도 어느 정도 전시되어 있었다. 카펫으로 되어있는 미술품, 그리고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가득했고, 샹들리에를 보기 위해 천장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면 천장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벽, 커튼, 천장, 문 미술관 안은 단 한 군데도 빠짐없이 아름다운 예술이었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진정한 예술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여행 중 하루를 예르 미타 주 미술관에 쏟아붓는다고 해도 채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작품마다 1분씩만 관람해도 8년이 걸린다고 하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것만 같았다. 미술관의 작품을 보며 천천히 걸어 다니다 보면, 작품의 색과 그림체 그리고 그림에 끌려 작품 앞에 서게 된다. 그만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작품들로 미술관은 가득했다. 하지만 수많은 작품들을 눈에 담을수록 허리도 다리도 마인드도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미술관의 본관만 관람했을 뿐이었다. 아직 미술관 별관, 그리고 신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별관으로 이동하기 위해 본관을 나와 이동했다.


오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날씨는 아주 흐린 날씨였다. 역시나 별관으로 이동하는 중에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했다. 별관은 본관 옆에 다리를 넘어가면 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미술관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별관 문으로 들어가서 짐 검사와 표검사를 한 뒤 외투를 맡기고 별관을 구경했다. 별관의 전시실은 아주 짧았고 약 10분간의 관람을 하고 난 뒤 별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렵게 찾아간 것에 비해 아주 짧은 관람시간이었다. 오지 말걸.


관람을 하고 나오니 비가 조금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신관으로 이동하기 위해 후드를 뒤집어쓰고 신관으로 향했다. 살짝 거세졌다고만 생각한 비는 점점 쏟아져 내렸고, 신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외투가 비에 젖어 무거워지는 듯했다. 뒤늦게 신관으로 뛰어갔지만 이미 외투는 전부 젖어버린 뒤였다. 이렇게 비가 세게 올 줄이야.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신관은 본관 앞에 마치 성벽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벌써 3시간 동안 미술관을 걸어 다닌 탓에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았지만, 이왕 한 번 온 거 언제 다시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1층은 로비로 카페와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티켓 오피스를 지나 지하로 외투를 보관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외투를 보관하고 반대편 계단으로 올라가면 미술관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미술관 신관은 본관과 달리 화려한 느낌보다는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의 현대 미술관이었다. 신관에는 19~20기의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본관에는 옷을 걸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했지만, 신관에는 드레스와 정장을 입은 귀족의 초상화와 귀여운 멜빵을 한 어린 소년과 소녀의 초상화도 가득했다. 신관에는 분위기 있는 조명에 커다란 그림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작품들도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관보다는 크지 않지만 신관도 4층까지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매력의 두 미술관을 전부 관람한 뒤 자세하게 관람하지는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돌아다니며 맛만 보는 것으로 우리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지쳐버린 우리는 신관 로비에 갓 태어난 기린 마냥 쓰러져 버렸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잠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천국을 느끼는 것 같았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19시에 예정되어 있는 발레 ‘지젤’을 보러 가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걸어야 했다. 자세하게 관람한 것도 아니고,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훑어보기만 했는데도 미술관을 전부 돌아다니는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신관 마지막에는 거의 뛰다시피 작품을 구경했다.) 신관 관람을 끝으로 우리는 마린스키 극장으로 출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마린스키 극장으로 가는 길에 ‘성 이삭 성당’을 마주했다. 어느 성당이나 그렇듯이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지만 성 이삭 성당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전 같았다. 세모난 지붕과 둥그런 돔 형태의 지붕을 가지고 있었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건물의 모서리에 날개 달린 천사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던 점이었다. 어렸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에서 보던 성당을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커다란 성당을 비추는 주황색 조명은 뭔가 오컬트 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 극장에 도착했다. 마린스키 극장은 생각보다 아주 오래된 건물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현대적인 모습의 마린스키 극장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은 러시아 옛날 영화에 나올 만한 건물이었다. 건물도 그렇게 엄청 크지 않았지만, 오래된 극장의 앤티크 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조명도 하나 없었고, 어두컴컴한 느낌에 입구에서만 빛이 밝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극장의 내부는 오래된 극장의 분위기로 가득했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고, 벽에는 화려한 문양의 새겨져 있었다. 극장 안에는 오래된 먼지 냄새가 났다. 마린스키 극장에서 느끼는 오래된 느낌의 모습과 곰팡이가 살짝 섞인 냄새는 왠지 싫지가 않았다. 극장 안을 비추는 약간 어두운 느낌의 침침한 조명에 눈이 편하기도 했다. 아늑하고 무거운 분위기, 그리고 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홀, 그 모습은 마치 오래된 흑백영화 같았다. 그 흑백영화에 색을 입힌 장면을 보는 듯하다. 마치 1860년도 마린스키 극장 안을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극장 안의 좌석에는 소파를 찾아볼 수 없었고, 가지런히 늘어져 있는 나무의자에 앉아 발레 공연 ‘지젤’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지젤은 1막과 2막으로 나뉘어 있다. 처녀귀신인 지젤은 26명의 처녀귀신과 무덤을 지나가는 남성들을 홀려 밤새도록 춤추다 죽게 만든다. 이때 사랑했던 남자가 무덤을 찾아오게 되는데, 지젤이 사랑했던 남자를 죽이려는 처녀귀신들과 그를 지키려는 지젤의 몸부림, 그렇게 아침이 찾아와 지젤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었지만, 다시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내용이 담겨있는 이야기다.


발레 ‘지젤’의 1막은 살랑살랑한 느낌에 순박하고 순수한 시골 소녀의 산뜻함과 시골소년으로 위장한 남자의 설렘이 느껴졌고, 들과 숲으로 이루어진 배경의 분위기도 산들산들하고 풍요로운, 상큼함이 가득했다. 주인공 두 명이 사랑에 녹아드는 달콤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 정통 발레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발레라는 장르의 춤이 연기와 마임이라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발레 공연까지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9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숙소까지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는데, 숙소 앞으로 가면 맥주를 살 수 없을 것 같아 근처 로컬마트로 들어가 장을 본 뒤 숙소로 들어왔다. 오늘은 진짜 세보진 못했지만 10만 걸음은 족히 넘게 걸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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