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이야기 3] H의 쉼표

by 박무가내

한 달이 지났다. 새삼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지 못한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니 그런 고민도 힘듦도 지침도 모른 척 나를 지나쳐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나는 제법 나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일로써 나의 발전을 꿰하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려 온갖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런 직장에 던지는 사직서는 새로웠다. 내가 없더라도 회사는 굴러간다는 것은 동료들을 떠나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이기적이고 충동적으로 사직서를 썼다.


그러나 회사라는 루틴을 벗어나니 남는 시간이 부담스럽다. 별다른 취미가 없었기에 갑작스레 찾아온 시간은 참았던 숨을 급히 들이미시는 것처럼 버거웠다.


그래도 막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한동안 아무 목적 없이 쉬었다. 그러나 나의 감정의 심해에는 불안이 깔려있어 무슨 생각을, 무슨 행동을 하던지 지금의 여유가 부담스럽고 버겁다.


끊임없이 달려가지도 편히 쉬지도 못하는 스스로가 안쓰럽다가도 실망스럽다. '이럴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할 텐데...'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에 대해 만족스러운 보상을 받지 못했음에도 그 시간들을 놓아버린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 '조금만 더 했더라면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후회. 충동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에 대한 후회. 불안과 후회로 휩싸인 혼돈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러다가 모든 선택이 만족스럽고 완벽해야 한다는 것은 나의 욕심이며, 이런 욕심에 괴로워하지 말고 나를 위해 놓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