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이야기 2] H의 회상

by 박무가내

그때의 나는 어떻게 살아갔을까? 분명한 목표는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원하는 바가 있었고, 매 순간 치열하지는 않더라도 착실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왜 이 상태가 되었을까?


어릴 적 나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참 많이 봤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언제나 목적지를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데, 나만이 가만히 서있는 것 같아 스스로 뭐라도 해야 한다는 불안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시작된 불안은 점점 불어나 나의 가짜 에너지가 되었고, 불안을 에너지로 착각해 스스로를 항상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만남과 시간을 만나 일이 풀려나갈 때 쾌감을 느꼈다.


과거를 천천히 들여다보니 나의 생활은 불안과 우연으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아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받혀주던 우연이 고갈되어갔고 무언가 이뤄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조금씩 실망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불안은 실망을 만나 더욱 몸집을 키워 나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제는 가끔씩 찾아오는 우연에 기대 보아도 균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지금의 내가 이런 모습이 된 것에 대한 원인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나의 인생을 멈추게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외면해왔던 이유를 마주하니 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불안을 동력 삼는 것은 끝이 보이는 선택이고, 불안은 내가 만들어낸 것임을 인정하며 잠시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기로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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