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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leen Jan 29. 2018

익숙함에 대하여

우리는 오디세우스가 아니다.

랭보처럼 자유롭지도 방황하는 시인도 아니다.


이 세상의 정의롭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밝히고 진실을 규명하며 영웅으로 대우 받을 이유도 사실은 없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사명감, 소명을 알기 위해 하루 하루 견딜 뿐이다.


우리 부모님은 보수적이고 엄격하신 편이라 나는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려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래서인지 나이를 먹을 수록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같은 날이면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새벽에 갑자기 전화해 첫눈이 온다고 시덥지 않은 소리를 해도 가만히 들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응 이라고 대답해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겠지.


물론 나이를 먹을 수록 나도 삶의 우선 순위는 바뀌었고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날에는 김이 다 빠져버려 눅눅한 맥모닝 펜케이크가 된 기분이 든다. 뭐 나 살기도 벅찬 이 혼란의 시대에서 뭘 바라겠냐만은 최소한,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게 소중하게 여겨주길... 뜯지 않은 택배박스 마냥 취급받고 싶진 않다. 아무리 다짐을 해도 조금만 긴장을 풀고 익숙해진다면 당신의 사랑이 떠나는 것은 한 순간이다. 나는 그것을 여러번 겪었었고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양손 가득 일과 사랑을 모두 쥐고 있어달란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상대와 나의 신의를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매번 궁금했다. 우리는 공감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유일한 생명체이다. 대화를 하고 안아줄 수 있다, 타인의 방식을 알고 나면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 아니, 이해해야만 하고 서로가 똑같은 상처를 되풀이 하지 않길 소망한다. 그 이유로 나는 계속 너의 곁에서 기다리고 있다. 몇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은 사랑의 방식도 다르다. 이렇게 나와 다른 사람과 만나 마음이 통하고 인연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이였다. 나는 그 축복을 귀하게 여기고 이를 지킬 것이다. 


한달이 넘도록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없다. 사흘에 두세시간 정도 잠을 자도 악몽에 시달린다. 글을 쓰다보니 아직도 첫 연애를 하는 것 같다.

뭐 이리 오글거리지.

마지막으로 이십 대의 연애와 달라진 점은 매일 상대를 위해 기도하고 하루 하루 더 사랑하겠노라 다짐하며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


사실 내가 이해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는건지, 결국 포기 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답을 주시리라 믿는다. 이 글 또한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흘러가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까지 흘러왔다. 태평양을 배회하는 해파리 같다.

뭐라고 끝을 맺어야 할지도 모르겠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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