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진행되었던 아내의 2교대 재택근무가 육아휴직 보름 만에 끝나버렸다. 이제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9 to 6은 나와 아이만 집에 있는 진짜 육아휴직이 시작된 것이다. 뭐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첫날부터 별 일 아닌 별일이 생겨버렸다.
이유식을 준비하는데 오늘따라 시작이 싸늘하다. 갑자기 이유식을 보자마자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울어버린다. 거기다가 몸을 활처럼 배배 꼬면서 이유식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는 시늉을 한다. 진짜 마음 같아선 "야!! 먹어! 좀!"이라고 하고 싶은데 말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그럴 수도 없고. 어르고 달래고 어르고 달래고, 같이 기어다니면서 한 입씩 먹이고. 아예 먹지 않으면 깔끔하게 포기하겠는데 2~3분 울다가 몇 숟가락 먹고 다시 또 숨 넘어갈 정도로 울고, 그러다가 다시 또 먹고.
그래도 사투 끝에 3/4 정도는 먹였고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 하루였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날이 많이 남아있을지 모른 채 마냥 뿌듯함을 느꼈다.
며칠 뒤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내가 출근하고 아이를 보고 있는데 오후부터 급격하게 피곤함을 느꼈다. 하지만 연말정산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정리하고, 미비한 것들을 별도로 요청해야 되는 날이라 아이가 첫 번째 낮잠을 잘 때 같이 잘 수 없었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는 2~3번 낮잠을 자니까,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낮잠을 잘 때 같이 자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고 첫 번째 낮잠을 잤을 땐 자료정리를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머피의 법칙. 유난히 피곤한 날이었는데 딱 그날, 아이는 더 이상 낮잠을 자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나 혼자 낮잠을 자버릴 경우 아이가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에 혼자 잘 수는 없다. 몸은 피로해지고, 온 신경은 아이에게 가 있고. 슬슬 예민해지는 중, 6시 10분 아내에게 톡이 왔다.
"문제가 터져서 아직 퇴근 못했어. 늦지는 않을 것 같은데 곧 갈게"
빨리 와서 교대해 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아내가 보낸 톡을 보니 살짝 뿔이 나버렸다. 때 마침 저녁 이유식까지 다 먹인 딱 그 타이밍에 들어오는 아내. 물론 아내가 일부러 늦게 들어온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서둘러 빨리 온 것 아는데 이유식을 다 먹인 그 타이밍에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뿔이 하나 더 나버렸다.
"나 좀 쉴게"하고 침대에 들어가 누워있는데, "오빠. 설거지 좀 하려고 하니 아이 좀 봐줘".
순간 '지금까지 봤는데, 또??!', '나 좀 쉬자. 그거 꼭 지금 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아차... 아이를 보니 표정이 좋지 않다. 아이를 낳고 아내와 약속한 것 중 하나가 싸우더라도 가급적이면 아이 앞에서 싸우지 말자였는데 역시 약속은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일단 묻어두고 아이를 재운 후 다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아내가 아이를 재우다가 옆에서 같이 잠들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니 '그래. 나만 힘든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다음 날 화해했다.
육아휴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반성과 자책의 연속이다. 앞으로 조금 더 일찍 자고, 보다 더 체력관리에 힘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