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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JY Mar 22. 2023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져버렸다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여느 날과 똑같은 일상이었다. 아이 목욕을 시킨 후 잘 준비를 하면서 어른 침대에서 세 가족이 재밌게 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잠시 거실로 나가 있었고, 나도 아내에게 할 말이 있어 잠시 거실로 나왔다. 미련하게도 아이를 침대 위에 놓고 말이다. '에이, 잠깐 말하고 다시 올 건데 별 일 있겠어?'라는 멍청하고도 안일한 생각을 하고.



5초정도 지났을까. 아내에게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 뒤돌아서 안방으로 가는데 갑자기 쿵!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무슨 소리인지 알았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아닐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급하게 달려가봤지만, 아이는 얼굴 앞 쪽이 바닥에 떨어져 울고 있었다.



 '5초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제발'



시간이라는 건 절대 되돌릴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일단 아이를 일으켜 안아주면서 여기저기 상태를 봤는데 코 한 쪽이 빨갛게 올라오고 우는 콧물 사이로 살짝 빨간 피가 비치는게 보였다. 정신없이 아이의 상태를 보고 있는데 아내가 다가와 내가 볼 테니 잠시 쉬고 오라고 말했다. 거실에 나와 앉아있는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죄책감과 함께 많은 자책을 했다. 그냥 조금 이따가 말할걸, 할 말이 있으면 아내한테 오라고 할걸, 아이를 아기침대에 옮겨놓고 나갈걸, 5초가 아니라 2초 안에 올걸 등등 이제는 의미없는 자책들.



다행히 얼마 있지 않아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다시 분유도 먹고 잠이 들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피가 멈추지 않거나, 구토를 하거나 중심을 못 잡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그런 증세는 없어보였다. 지금 당장 응급실을 가야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아이가 잠이 들었고 별 증상이 없어보이니 내일 소아과를 먼저 가보자고 아내가 말했다. 지금 응급실에 가면 오히려 고생만 할 수 있다고. 멘탈이 나가버린 상황에서 그래도 이성적으로 생각해주고 날 위로해준 아내가 참 고마웠다.






다음 날 아침 바로 병원에 갔고, 다행히 지금 상태로 봐서는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고 했다. 다만 오늘 자기 전까지 구토를 하거나, 고동색의 코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거나 또는 균형을 못 잡는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응급실로 가라고 하셨다. 그 때는 CT를 찍어봐야 한다고.



다행히 자기 전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다행스러움과 불안함이 계속 공존하는 상황. 아마도 당분간 이런 감정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 아이를 절대 혼자 두지 않겠다고.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이런 생각도 하지 않겠다고. 이런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보니 원인 제공자가 느끼는 죄책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안전에 있어서는 아이를 믿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제는 시간이 꽤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이 날의 기억만큼은 너무나도 뚜렷하게 각인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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