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JY Mar 21. 2023

익숙했던 일상과의 이별, 육아휴직 시작과 신고식

대학 졸업 후, 휴가 및 출장, 퇴사와 이직 등은 해봤지만 휴직은 처음이었다. 숨겨둔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육아휴직은 당연히 처음이었고, 육아휴직을 포함 휴직 자체가 인생에 있어 처음인 셈이다. 그렇게 회사와 애매하게 거리를 둔 채, 익숙하지 않은 일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당분간 2교대 재택근무가 시행되면서 온전히 혼자 보는 시간은 뒤로 미뤄지게 되었다. 9시부터 6시까지 별도의 방에서 일을 하지만, 집이라는 공간에 나 혼자 있다는 것과 배우자가 함께 있다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차이가 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분유와 이유식을 먹이고, 기저귀도 갈고 놀아도 주니 어느덧 낮잠 타임이 다가왔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아이의 낮잠타임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건빵 안에 몇 개 들어있지 않은 별사탕처럼 하루 중 얼마 허락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우고 밖에 나와 컴퓨터를 잠시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 안에서 들려오는 "잉~~~~"



분명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왔는데. 10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내가 뭘 잘 못 들은 건가 하고 문을 살짝 열어보니 아이가 침대를 잡고 빼꼼하고 일어서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다시 놀아주고 기저귀도 한 번 갈아주고 분유도 먹이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눈을 부비적 부비적. 다시 재우고 거실로 나와서 5분 정도 지났을까? 다시 또 "잉~~~~" 뭐지?!!! 설마!!! 방으로 들어가 보니 침대를 붙잡고 일어서서 빼꼼.



보통 하루에 3번 적어도 2번은 1시간씩 낮잠을 자는 아주 바람직한 아기였는데 왜 갑자기 불량아기가 된 거니? 갑자기 왜? 오늘??!!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데리고 나와서 다시 반복. 이번엔 아이도 지쳤는지 평소보다 더 품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코알라처럼 딱 안겨서 멀뚱멀뚱.



5시 반쯤 되니 이제 또 슬슬 졸려하고 나도 졸리길래 이번에는 같이 꿈나라로 갔다. 그런데 꿈나라로 간 건 나 혼자만이었나보다. 6시에 다시 울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 나도 잠을 계속 설치니 신경이 예민해졌다. 6시가 지났음에도 아직 방에서 아내가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고 빨리 좀 나오라고 짜증을 내버렸다. 아내도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아서 그랬던 건데.




이렇게 육아휴직 첫날 신고식을 하게 되었다. 그날 밤, 아이를 재우다가 같이 잠들어버린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내일은 오늘보다 더 능숙한 아빠가 되어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육아휴직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갑자기 다가온 육아휴직? 내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