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3년이 지났을 즈음 아내가 임신을 했다. 그리고 2020년 세상 어떠한 존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작은 공주님을 만나게 되었다. 아내와 나를 반반씩 닮은 작고 소중한 존재를 처음 만난 순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시공간 모두가 행복&설렘&두근거림 같은 감정으로 온전히 채워진 순간. 아마 언제 또 그런 감정을 느껴볼 수 있을까 싶다.
조리원에서 퇴소하고 아내가 복직하기 전까지는 우리 집에서 아이를 돌보았다. 신생아 때는 어차피 누워만 있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이 덜 하긴 하다. 그래도 꼬박꼬박 시간 맞춰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신경 쓸 게 없다고 하긴 어렵지만 아이의 이동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은 덜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아이가 밤에 잠을 어느 정도 잘 자준다는 전제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그러면 그냥 HARD 모드로 육아난이도가 급상승해버린다.
다행히 아이는 잠을 잘 자는 편이어서 생각보다 몸이 힘들진 않았다. 밤에 일어나서 분유를 먹여야 했지만 그것도 마치 불침번 서듯 아내와 번갈아가면서 하니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고 아내도 복직날짜가 다가오면서 어떻게 육아를 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도우미를 쓰자니 불안하기도 하고, 믿을만한 도우미를 구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으며 아내와 나, 모두 바로 육아휴직을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조금 늦게 가지니 초조함을 느낀 어머니께서 "일단 아이만 낳아라. 내가 다 봐줄 테니"라고 하신 말씀이 있어서 먼저 말씀드려 볼까 했다가도 괜히 부담을 드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차마 먼저 말씀을 못 드리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처가에서 아이를 봐주시겠다고 했다.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인데 다행히 먼저 말씀해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렇게 아이가 처가에 있고 아내는 처가에서 출퇴근, 나는 집에서 가끔 왔다 갔다 하며 지낸 지 3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아내가 어느 날 상의할 게 있다며 나를 불렀다.
"이제 우리 아이 데려와야 할 것 같아"
쿵! 언젠가 당연히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와 버렸다. 아내는 육아휴직 관련해 따로 생각해 둔 시점이 있어서 쓸 수가 없었고,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아빠 육아휴직. 다행히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이어서 언젠가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이야.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회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리 육아휴직 계획을 말했고 2021년 1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