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저보다 언니인 줄 알았어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둘째 친구 엄마에게 들은 말이다. “아, 그러시구나. 하하하.” 답할 말을 찾지 못한 내가 어색하게 웃자 그녀는 덧붙였다. “아, 아니. 첫째가 나이가 많아서.” 첫째는 둘째랑 6살 차이가 난다. 나도 얼른 덧붙였다. “아, 아하하. 맞다 맞다. 그래서 그러셨구나. 맨날 큼지막한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모르셨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말하다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왠지 찜찜해졌다. 아니, 가만. 마스크를 쓰고 내 행색만 봤는데 나이 들어 보이는 건 더 문제가 아닌가?
자타공인 멋쟁이인 우리 엄마는 나를 보면 거의 질색을 한다. “넌 나를 닮았으면 이럴 리 없는데 참. 훨씬 예뻐질 수 있는데 왜 이러는 거니?” 귀가 따갑도록 듣는 좀 꾸미라는 이야기다. 한 번 여자로 태어났으니 아름다움을 노력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푸념하신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딱히 못나 보이기를 추구하는 게 아닌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머리라도 해야겠다. 나는 부랴부랴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 머리는 커다란 마스크로 가릴 수도 없는 데다 머리발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도움을 받아볼 생각이었다. 내가 의자에 앉자 세련된 스타일의 미용실 원장님은 한숨을 쉬셨다. 다른 뜻은 아니고 뭔가 안타까운 느낌. 방금 감고 나왔는데도 곱슬기로 부스스한 내 머리가 부끄러워 멋쩍게 웃으며 물었다. “좀, 그렇죠?” 원장님은 말을 고르다 대답했다. “이제는 예쁘게 해 봅시다 우리.” “네? 아.” 또 할 말을 찾는 사이 머리빗으로 휙 넘겨진 내 머릿속에는 숨겨진 흰머리가 가득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40 코앞인) 30대다. 나도 왕년에는 동안 소리 꽤나 들었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는 블로그를 보면서 잘 꾸미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했고, 그보다 더 어렸을 때는 똑같이 교복을 입었으니 티가 안 났다. 내 외모에 대한 말을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가 대학생정도였던 것 같다. 그때는 당연히 어렸으니까 예쁘다 귀엽다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나는 그게 내 본모습인 줄 착각하고 살아왔나 보다. 거울을 보니 전혀 아니다.
아줌마가 되니 트렌드라는 게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청담동 사모님 스타일만 나옴), 대부분 애들을 대동하고 다니니 무조건 편한 옷만 집어 들게 된다. 화장이나 액세서리는 언감생심이다. 나는 애 엄마가 된 20대 후반부터 외모라는 것은 아예 신경을 안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와 돌아보면 그때가 한창 예쁠 나이인데 그런 식으로 포기한 것이 스스로 미안하지는 않은가? 아무리 아줌마라지만 나 자신의 평판을 위해 좀 더 노력할 순 없었나? TV속 연예인들은 4,50대가 돼도 예쁘기만 한데 상황을 핑계로 20대부터 포기단계라니. 좀 많이 아깝기는 하다.
하지만 단지 아줌마라는 상황만이 문제는 아니다. 한계는 나이와 예산이다. 이제와 번쩍 정신을 차렸다고는 해도 40대가 눈앞에 와 있다. 흰머리와 푸석해진 피부. 그리고 좋은 화장품 예쁜 옷을 사서 입을 때 쓸 예산은 거의 한 푼도 없다. 식비로 쓰기에도 아까운 돈이다. 미용에 투자할 시간도 없다. 애들이 어지른 집 치우고 살림하기도 빠듯한데 그냥 쉬고 싶다. 단지 사람들에게 좀 더 예쁘게 보일 내 모습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호박에 줄 그어서 수박 안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호박도 나름이다. 자신감 충만한 멋진 호박이 되고 싶은 나만의 뷰티 팁을 몇 가지만 만들어 지켜볼까 한다.
1. 충분한 수면 운동 좋은 거 먹기 : 당연히 기본이다. 충분한 수면은 다크서클, 붓기 외에 기타 피로감에서 오는 징후들을 해소해 준다. 건강한 식단은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하지만 피부에도 중요하다. 과일, 채소, 저지방 단백질, 건강한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면 피부가 최상의 모습을 갖추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운동을 통해 피부 톤을 개선하고 셀룰라이트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 옷장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 나는 패션테러 수준이지만 저가의 옷은 많다. 뭘 사야 할지도 모르고 여기저기서 물려받아 쟁여뒀더니 이게 오히려 문제다. 뭐가 있는지 몰라서 때로는 너무 질이 안 좋아서 그나마 나은 것 중에 손에 잡히는 3,4벌을 계속 돌려 입는다. 옷을 잘 입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잘 정리된 옷장이 필수다. 옷을 정리하고 다양한 의상을 연출하기 위해 믹스매치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에 투자해야 한다. 꼭 필요한 베이식 아이템이면서 체형에 잘 맞는 것을 남긴다. 깔끔한 셔츠, 잘 맞는 청바지, 다목적 신발과 가방. 품질의 기본에 집중하면서 가지고 다닐만한 것을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3. 남들이 하는 거 보면서 개인스타일에 대해 이해하기 : 영감은 패션 인플루언서, 유명인 또는 일상생활에서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와 잘 입었다고만 생각하지 그게 뭔지도 잘 모른다. 나 같은 사람은 개인의 스타일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다양한 의복, 패션 트렌드를 관찰하고, 블로그 잡지를 보면서 계속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개인 스타일 선호도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4. 잘 어울리는 색상과 포인트 활용하기 : 퍼스널 컬러라는 것이 한창 유행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고르면 어떤 의상도 즉시 패션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색상을 경험해 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고르면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일일이 색상을 맞춰 입는 것이 힘들다면, 작은 포인트만 줘도 자신의 개성과 자신감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5. 다 필요 없고 청결유지, 수분크림 선크림이라도 좀 바르기 : 지금까지 이것저것 알아는 봤지만 과연 내가 지킬 것인가 의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비법으로 남겨놓았다. 하루에 1분이라도, 외모에 대해 조금 의식이라도 하고 살자. 기본 중에 더 기본이 청결이고 그다음이 스킨케어다. 규칙적인 목욕, 구강관리, 머리카락과 손톱의 단정한 정리 등 위생에 주의하자. 보습과 스킨케어에 신경 써서 피부를 건강하고 촉촉하게 유지하자. 건강하고 빛나는 피부를 유지하는 것은 모든 연령대에서 중요하다.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사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다. 그래도 자신이 예쁘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의 행복과 전반적인 자신감에 기여한다. 미의 기준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나이보다 젊고 예뻐 보이는 사람도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정말 타고난 생김새에서 느껴지는 차이일까 아니면 자신감과 마인드에서 풍기는 아우라일까?
슈퍼에 갈 때도 풀메이크업하고 간다는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외모에 대한 의지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외모 가꾸기는 단순히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평판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할애하는 애정인지 모른다. 결국 자신감이다. 자신을 돌보고 건강한 습관을 실천함으로써 최상의 모습과 감정을 가질 수 있다면 아무래도 이득 아니겠는가? 몸과 마음의 활력이 있는 사람이 실제로도 예뻐 보이므로 마인드는 더욱 중요하다.
사실 머리 하러 갔던 그날 미용실에서는 머리를 자르지 못했다. 지금 머리길이가 너무 짧아서 3개월 정도 더 기르고 예쁘게 커트해 주겠다는 원장님의 약속 때문이었다. 이제는 예쁘게 좀 스타일링해봅시다. 3개월 후에 정말 예뻐질 모습을 기대하며 내 나름대로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어떨까? 나는 거울을 보며 나름대로 예뻐지는 마음의 주문을 걸어본다.
예뻐져라 아줌마여, 비비디 바비디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