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기준으로 40이 되었다.
만 나이로 통일됐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한국나이가 익숙하다.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다는 게 아니다 만 나이 대찬성)
2023년 12월 31일에서 2024년 1월 1일까지 고작 하루가 지나는 것뿐인데,
10년의 세월을 한 번에 달려버린 기분이다.
왜냐면 30대라는 단어와 40대라는 단어는 10년 이상의 엄청난 변화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중년이라는 말에 가까워졌고,
인생의 후반전에 가까워졌다. (100세 시대라고 쳐도 40분 전반 끝나고 10분 휴식의 느낌일 뿐
전반전의 느낌이 영 아니다)
예전에 버스를 타면 학생일 때는 삐빅. 학생입니다.라는 안내가 뜨곤 했는데,
뭔가 컨베이어 벨트에 타고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매우 일정하게
시간이 똑딱 흘러간다.
이제는 버스를 타면 삐빅. 이제부터 마흔입니다. 소리가 나올 것 같다.
버스를 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나의 카드도 나이가 누적되어 가는 느낌이랄까?
어제와 나와 오늘의 나는 고작 하루 지났을 뿐인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까지 달라진 걸까?
아니. 이제껏 계속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는데,
숫자가 뭐라고 단숨에 이 격차를 실감하게 만들어버리는 걸까?
중년과 청년의 차이는 표면적인 연령 격차를 넘어 더 큰 의미가 있다.
젊었을 때는 뭔가 더 자신에 대해 알고 싶고 성장하고 싶고
일이나 생활면에서 점점 확장해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중년이 된다고 생각하면 책임감의 영역이 강해지고 안정과 균형을 추구하게 된다.
삶의 경험과 사회적 역할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다양한 영역에 공감이 생기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달라졌다.
언론에서 2030이 어쩌고 하는 내용을 보면,
내 또래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40의 윗사람 느낌에서
미묘한 차이랄지 거리감이랄지 젊음이 부럽기도 하고 에구 그랬구나 안쓰럽게 느끼기도 한다.
40대가 되는 기분은 지금까지의 감정과 경험, 앞으로 남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 복합적이다.
지금까지의 삶의 여정에 대한 반성과 성찰, 고찰을 자주 하게 된다.
한마디로 책을 반정도 읽었을 때, 앞으로 내용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어떻게 읽어왔나를 잠시 허리를 펴고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의 성과, 건강, 관계, 미래, 사회적 위치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적용된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건강과 웰빙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등 교육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경력을 시작해 볼 수 있다.
여행과 취미로 열정적으로 시야를 넓혀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재정적으로 계획 및 투자를 열심히 해서 노후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항상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정서적 안정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머리 아픈 의무들 말고 40대의 장점은 딱히 없는 것일까?
젊은 친구들이 도대체 40이 넘은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아요?라는 질문을 할 때면 조금 서글퍼진다.
단순히 오늘이 그나마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위안 말고,
40대라서 오히려 좋은! 부분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40살의 장점 첫 번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뭘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찾아다니느라 허송세월을 보내던 때와는 달리,
비교적 명확한 우선순위와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게 되어
행동과 선택을 자신만의 가치관에 맞출 수 있다.
두 번째는 어느 정도 업무 및 생활패턴과 관계가 안정을 찾는다는 점이다.
일의 루틴이 나름대로 잡히기 때문에, 맡은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경력을 쌓고 가족을 비롯한 인간관계도 결정이 된다.
직업과 개인적 영역에서 안정감을 찾았다는 것은,
앞으로 그 역할에 더욱 집중하고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축적된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40세까지 쌓아온 풍부한 삶의 경험은 깊은 지식이 되어 앞으로의 행동에 정보를 준다.
이러한 지혜를 통해 개인은 보다 미묘한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며, 다른 사람들과 귀중한 통찰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 비해 그나마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만 나이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누구나에게 한 세대의 구간이 더 늘어났다.
20 대건 30대 40건, 1~2년가량의 세대 구간이 더 늘어난 것이다.
나 역시 만 나이덕인지, 유독 길어진 서른 후반에서 마흔 초반까지의 나이 구간이
맞춰진 내 옷처럼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이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나가더라도 유달리 특별한 느낌이랄까.
꼭 나이가 어려져서는 아니다.
20대 때는 그렇게 간절하던 한 살이 이젠 좀 덤덤해졌다.
다만, 늦은 생일인 편이라 2년 가까이 늘어난 40살이라는 구간을 좀 더 여유 있게 누려보고 싶다.
아직도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10대 때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지만,
이제는 40대라는 내 나이에 친숙해져야겠지.
만나이건 연나이건 어느새 다가온 40대.
늘 불안하고 정신없던 2030을 어떻게든 지나왔다.
40엔 대단한 사람이 되자는 포부보단, 맛있는 음식 잘 먹고 많이 내려놓고 편안해지자 라는 걸 모토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