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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윤 Jul 10. 2024

탕후루 처음 먹어봅니다.

나홀로 유행 뒤따라잡기

한창 탕후루가 유행했을 때였다. 유튜브를 보면 과일 탕후루를 맛별로 늘어놓고 깨먹는 것이 유행이었고,

서로 무슨 맛을 좋아하는지 토론하고, 어느 브랜드를 추천하기도 했다.

탕후루가 너무 유행이고 인기도 식을 줄 몰라서 신기한 현상이라고 뉴스에도 나왔다.

계속 매체를 통해 접하다보니 나도 한번쯤은 먹어보고 싶을만큼 궁금해졌다.

하지만 먹지 못했다. 우리 동네는 너무 시골이라 탕후루를 파는 곳도 없었기 때문에.



탕후루 전에는 포켓몬 빵이 유행이었다. 포켓몬 빵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다들 혈안이었는데,

다행히 포켓몬 빵은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 팔아서 시골동네에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거의 매진이었으므로 한창 유행일 때 사먹어 본 기억은 역시 없다.

그로부터 유행이 살짝 지나가 마트에 미끼상품으로 몇 개가 들어오게 되었을 때,

이거 판매하는데 같이 사볼래요? 물어봐주신 마트직원 덕분에 기뻐서 기념 사진까지 찍었던 기억이 난다.



포켓몬 빵 탕후루 라떼는 말이야


포켓몬 빵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큰 딸 초등학교에서 펜팔식으로 편지를 주고 받는 교환학교가 있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처음엔 편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는데,

바로 그 편지에 포켓몬 스티커가 한 장 붙어 있었다.

그러자 서로 편지를 갖겠다며 손을 들어 경쟁했다는 일화가 있다.



요즘은 포켓몬빵을 편하게 산다. 마트에 붙어있는 신상품 광고를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스티커 빵 하나 사보겠다고 아침부터 마트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제법 민첩한 딸 친구들이 사진첩 가득 포켓몬 스티커를 모아 자랑하는 걸 봤었더랬다.

나름대로는 제때 유행을 즐기지 못한게 애들한테 미안하고 아쉬웠나보다.

그래도 유행이 지난 후 우리도 조금씩 사서 뒤늦게 스티커를 20장정도 모았다.



잠시 포켓몬으로 이야기가 빠지긴 했지만, 탕후루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나도 탕후루를 쉽게 구할 수가 있다.

얼마 전 큰딸과 함께 길에서 탕후루를 사먹어 보았다.

샤인머스켓, 토마토, 딸기, 귤이 들어간 알록달록한 모양.

오랜 시간 기다린 기대와 설렘을 담아 한입 베어물었다.



뽀각.



사진 픽사베이 dana110



시원한 과즙과 설탕의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아삭아삭하고 풍부하고 강렬한. 생각보다 이에 많이 달라붙는 설탕 과일들을 열심히 우물거렸다.

아, 이런 맛이구나. 좀 덜 시원하고 더 달긴 했지만, 역시나 예상했던 그대로의 맛.

예상했던 그대로의 맛을 확인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거구만?

허무한 건지 개운한 건지 오묘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나름 맛은 있었다.



유행에 뒤처지다


솔직히 예전에는 유행이 지나면 내 마음속 인기도 시들해졌다.

뭐든지 추세라는 게 있는데, 참여하는 사람이 적어지면

흥미와 참신함이 줄어들어 즐거움도 약해진다.



유행상품을 팔던 그 때 그 마트에서처럼,

긴 줄이 늘어선 가운데 내가 꼬다리에 서 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남들은 이미 즐길거 다 즐기고 새로운 빛을 향해 달려나가는데,

홀로 남은 물건을 주섬주섬 재고처리 하는 느낌이랄까.

뒷북을 치며 호들갑을 떨어도 이미 주변에 남은 사람이 없다.



유행을 바로 즐기지 못해 아쉽고 가끔은 애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이게 바로 요즘 유행하는.." 것으로부터 항상 느리다.

트렌드를 선도하지는 못해도 좀 알기는 해야하는데,

그래야 주변사람들 관심사에 근접해서 더 잘 소통하는데 도움이 될 것 아닌가?



어쩌면 유행을 따라잡지 못해 아쉬웠던 것은,

사회에서 뒤처지거나 단절되는 느낌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모든 게 느린 시골 집에 처박혀서 도태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모두가 있는 곳과 내가 있는 곳 사이에 격차를 느껴서,

자기도 모르게 낙오자라고 느껴버렸던 건지도.



사진 unsplash의 thimo pedersen



따라잡아야 하나?


하지만 요즘은 좀 다른 생각이 든다. 그림이나 영화 명작처럼. 정말 좋은거라면 시간이 지나도 좋다는 생각.

진정 좋은 것들은 시간의 시험을 견디며,

나중에 발견해도 역시나 그 높은 가치의 빛을 발한다.



어차피 트렌드는 계속 바뀌어서 다 따라잡을 수도 없다.

이리저리 유행을 기웃거리다가는, 하나도 제대로 못즐기고 길을 잃기나 할 것이다.

매번 유행에 뒤처지지만,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즐길 수 있는 차례가 온다.

오픈런 맨 뒷줄에 서서 내 차례가 오나 안오나 신경쓰고 있기 보다는,

바로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가서 그것을 즐겨야 더 특별하고 새로울 것이다.



느리다는 것은 역시 시골의 단점이지만 조금은 장점이기도 하다.

일시적인 추세에서 한발 떨어져서,

뭐가 진짜고 뭐가 한때인지를 구별하게 만들어준다.

느린 속도는 명료함과 편안함이 있어서,

따라잡아야 한다는 끊임없는 압박에서 벗어나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준다.



사진 unsplash의 tetiana bykovets



내 방식대로 즐기기


"요즘 인터넷에서 핫한 두바이 초콜렛입니다."

쇼핑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문구에 솔깃해졌다.

그래. 이번엔 두바이 초콜렛이구나? 바로 흥미가 일어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려던 순간,

카드 결제를 하라는 화면을 보고 다시 취소 버튼을 눌렀다.



단순한 초콜렛 가격이 아닌 유행비용도 문제였지만,

이젠 어쩐지 천천히 뒤늦게 홀로 즐기는 것이 나만의 의식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맞아. 트렌드보다는 클래식이지.

이번엔 탕후루 대신 과도로 키위를 썰어먹으며 중얼거렸다.

나는 쇼파에 앉아 지나간 음악을 스피커로 틀었다.

90년대 노래들이었는데, 음악을 틀자 그 때의 인기와 향수가 떠올랐다.



이제는 콘서트에서 떼창을 하는게 아니라 나 혼자 듣는 거지만 여전히 좋다.

뒤늦게 실컷 유행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다.

분주함 속에서 미처 즐기지 못했던 소중함과 가치를 혼자 곱씹으며

느긋하게 즐기는 재미.



더 이상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방식대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만족스럽다.

단순한 과거의 영광이 아닌 현재에서 새롭게 발견한 기쁨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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