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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래 Apr 27. 2019

LA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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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시간도 많고 생각할 시간도 많다.
일단 스케줄러로 쓰던 어플에 무언가 다른 걸 적고 있다는 것부터가 여행의 성과라고 본다.

LA는, 적어도 오늘 돌아본 할리우드 주변은 낭만의 공간이며 또 한편으로는 냉소가 터져 나오는 현실의 공간이었다. 예를 들자면 미세먼지 없이 파란 하늘에 괜스레 울컥해져 숨을 크게 들이쉬면 지난밤 노상방뇨의 냄새가 코를 찌르는, 그런 식이다. 어쩌면 영화라는 것이 늘 그러한 것처럼.

그리고 분명 LA라는 도시를 계획할 때에는 보행 따위 ㅈ까라지 심정으로 만든 게 분명하다. 딱히 뭘 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걸은 것도 아니고 블록과 블록을 넘어 다니면서 살살 구경이나 해보자 하고 두 시간 정도 걸은 게 13000보를 넘겼다. 다행히 이곳 LA의 지금 날씨는 걷기에 최적화된 시기여서 망정이지 한 여름에 왔으면 그늘 없이, 하염없이 걷게 하는 이 도시에 환멸을 가지고 떠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잘 걸어 다닌다. 차도 많지만 보행자 또한 많다. 콘텐츠가 좋으면 물리적 환경은 아무것도 아닌 건가. 건축은 뭐고 도시는 뭔지ㅋㅋㅋ

그리고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여행에서 돈을 한 군데에만 몰빵 해야 한다라면 무조건 숙소다. LA숙소는 15박에 160만 원을 들인... 남들이 보면 미친 거라고 욕할 이 선택은 나를 몹시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이 숙소를 통째로 옮겨서 서울에서도 지내고 싶다. 큰 원룸 형식인데 침대와 화장실이 있는 부분은 바닥 레벨을 다르게 해서 공간을 분리했다. 가벽이나 다른 설치물보다 훨씬 세련된 선택이고 현명한 선택이라 본다. 그 덕에 하나로 읽히는 공간은 훨씬 넓어 보이고 채광, 환기 모든 게 유리하다. 유일한 단점은 숙소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거?ㅋㅋㅋ일단 카페에서 배가 고파지길 기다리면서 돌아가는 길에 인 앤 아웃을 먹을 것이다.

돌아다니던 중이 빅시가 보였고 마침 필요하던 스트랩리스 브라가 세일을 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충동구매를 했다. 근데 하나도 후회 안 한다. 역시 빅시는 빅시인지 편하고 예쁘다. 해본 스트랩리스 브라 중에 단연 탑이다. 그리고 팬티도 세일하는 바람에 3개나 사버렸는데(3개를 해야 세일을 해서..) 뭐 원래 브라 하나에 팬티는 2,3개 사라고 배웠다.

한국에 두고 온 것이 몇 가지가 있다.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눈치챈 것은 머리끈, 머리핀, 삼각대 세 가지인데 앞의 두 가지는 살 수 있다지만 삼각대를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다. 삼각대가 없으니 스스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강박적으로 거울만 보면 사진을 찍고 있다만, 또 삼각대가 있다 하더라도 내가 과연 잘 찍을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늘 인스타 같은 곳에서 보는 스냅사진 형식을 부러워하지만 내가 사진 찍히는 것이 익숙해하지 않아서 그렇게 예쁜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 오기 전 한국에서 스트레스받는다고 엄청 먹어대서 5킬로 정도 찌고 온 탓에 더 안 예쁜 사진이 나온다. 과연 여행 와서 다이어트가 가능할 것인가...

내일은 유니버셜을 가는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기대는 순전히 유니버셜에 대한 기대고 걱정은 순전히 같이 가는 동행에 대한 걱정이다.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뭐랄까... 지나치게 관심을 보인 다해야 하나...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여러 가지가 걱정이다. 무엇보다 동행의 첫 스타트가 좋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모든 동행을 부정적으로 여기게 될까 봐 두렵다.

인 앤 아웃을 먹고, 조금 더 주변을 구경한 다음에, 맥주를 사들고 가서 책을 읽든, 넷플릭스를 보든 해야겠다. 아 그리고 새벽에 과외 있는 거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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