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Jan 05. 2021

치솟는 비트코인, 이유와 전망

비트코인의 원리부터 역사, 현재, 그리고 전망까지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작년 3월 500만 원대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이 작년에만 6배 넘게 올랐고, 며칠 전 한화 거래가격으로 3,90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가파른 상승세인데요. 최근에는 글로벌 결제 대행 업체들과 대규모 자산 투자사까지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면서 투자자들의 호기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왜 다시 주목을 받는지, 비트코인에 대해선 어떤 전망이 있는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1. 비트코인 쉽게 이해하기

비트코인, 그리고 가상화폐는 한마디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화폐입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특정한 한 주체가 정보 거래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거래가 디지털상의 공개 장부(분산원장)에 기록되고 관리되는 데이터 처리 방식을 말합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의 핵심 속성을 탈중앙화, 보안성, 영구성 등으로 이야기합니다.


이를 금융거래에 적용해보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원화로 금융거래를 하면 그 기록이 은행이라는 관리 기관의 장부에 기록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금융거래를 할 때 은행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주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화폐를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원화라는 통화를 거래 수단으로 믿고 사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한국은행이라는 중앙화된 통화 발행 주체를 공식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죠. 사실상 지금 우리의 금융거래는 지금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의 권위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혹 은행이 신뢰를 잃거나 파산하게 되면 고객들이 맡겨둔 예금을 다시 지급하지 못하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고 금융거래가 마비되는 현상이 발생하죠.


그런데 만약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거래에 적용해본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중앙은행이나 시중은행 같은 중앙화된 기관의 권위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발행 주체도, 보증기관도 없습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수많은 개인들의 공개 장부에 내역이 기록되기에 위조와 변조가 불가능해지죠.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화폐는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 감시되기에, 구태여 화폐를 만들고 보증해줄 별도의 기관이 필요 없어집니다. 사실상 아무도 나서서 화폐의 발행과 보증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혹자는 가상화폐가 ‘금융 민주화’를 이룩할 것이라는 원대한 전망을 제시하기도 하죠. 이렇게 기술적으로 생성되고 만인에 의해 보증되는 비트코인은 마치 실제 화폐처럼 개인 간의 거래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2. 비트코인, 몰락과 부활

비트코인은 100년간의 발행량이 21만 개로 정해져 있고, 현재까지 15만 개가 발행됐으며 앞으로 6만 개까지만 추가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실제 거래 시에는 1개의 비트코인을 여러 개로 쪼개서 보다 작은 단위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만 정해져 있을 뿐, 발행부터 거래까지 기술적으로 이뤄지기에 특정 개인이 화폐량을 조절한다든지 하는 개입이 불가능한데요. 비트코인은 특정한 수학 문제를 풀면 획득(채굴)이 가능한데,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문제가 점점 어려워져 지금은 전용 채굴 기계 수 천대를 동원해야 겨우 하나 채굴이 가능합니다. 사실상 개인들은 수학문제를 풀어서 ‘채굴’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죠.

비트코인은 개당 초기 가격이 약 수십 원(2010년)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거듭되는 해킹과 도난, 오류로 가격이 엄청난 폭으로 등락을 거듭했죠. 그런 가운데서도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 오르면서 2017년 3월 최초로 금 거래 가격(뉴욕상품거래소 기준)을 돌파하게 됩니다. 각국 정부로부터 정식 자산으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거래가 금지당하기도 하는 등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 폭락과 폭등을 반복한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말 약 2,100만 원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이때 당시만 해도 투기 분위기가 강했기에, 고점을 찍은 이후 며칠 만에 고평가 논란 속에 폭락을 거듭해 300만 원대까지 폭락한 뒤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며 달러 자산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자 한 때 비트코인이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한동안 또 비슷한 가격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비트코인이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엄청난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급등을 거듭하며 무려 한화 4,000만 원 선까지 뛰어올랐는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한 대규모 경기부양책, 페이팔 등 글로벌 결제 대행 기업의 비트코인 채택,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의 입장 변화 등이 주요 이유로 지목됩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하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유동성(현금)이 크게 늘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으로 유입됐는데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넘치는 유동성의 수혜를 봤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 3억 5천만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팔, 비자카드도 비트코인을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죠. 게다가 초고액 자산가들이 금을 팔고 비트코인을 매수한다는 소식과 주요 투자사들이 금을 대체할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지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월가도 점차 비트코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높아지는 투자 열기에 조만간 월가에선 비트코인 ETF 상품도 출시될 전망입니다.


3. 입장을 바꾼 전문가들

과거와는 달리 전문가들도 이제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하나둘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주목한 지점은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지만, 과거 투기 광풍이 불던 2017~2018년과는 거시 경제의 사정이 다르단 것인데요. 경기부양책, 페이팔, 비자카드 등 글로벌 금융업체들의 채택, 공급 부족 등 비트코인의 급등을 설명해줄 수 있는 합리적인 외적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 연준(FED)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CBDC) 실험에 나서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던 경제 전문가들도 입장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데요. 여전히 비트코인이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기존 화폐의 기능인 ‘가치저장 수단’의 기능은 부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바꾸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화폐의 핵심 기능은 ‘교환의 (보편적) 매개수단’인데요, 이 기능 덕에 가치저장과 가치척도의 기능이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비트코인은 통화처럼 보편적인 교환수단으로 통용될 만큼 공신력을 갖긴 어렵겠지만, 수요-공급 메커니즘으로 가치는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투자자들이 몰리는 가운데 가치가 아예 없다고 얘기하기 어려워졌기에 비판적이었던 전문가들도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입니다.


4. 비트코인, 정말 괜찮나?

과거의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투기 세력들과 개개인 묻지마 투자 때문이었다는 시각이 일반적인데요. 확실히 많은 언론이 지적하듯 이번에는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기업들까지 투자에 나서면서 상승의 양상이 다르긴 해 보입니다. 작년 한 해만 4배 가까이 올랐고, 올해에도 상승 폭을 늘려가며 5,000만 원 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워낙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이제 장밋빛 길만 남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여전히 경계의 목소리는 있습니다. 경기부양책의 종료와 가격거품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요. 올해 비트코인의 급등에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만약 미국 정부와 FED가 부양책을 축소해간다면 가격거품이 함께 꺼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이야 위기 상황이기에 한없이 돈을 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작되면 재정정책과 양적 완화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근시일 내에 양적 완화가 중단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메릴린치의 최고 이코노미스트였던 로젠버그는 최근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 모두에 거품이 끼어있다”며 가상화폐가 “가장 큰 거품”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죠. 가상화폐를 “사기”라고 비판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투기 세력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확장 가능성도 없고, 탈중앙화도 안 돼 있으며 안전하지도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옐런 전 FED 의장도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죠.


가상화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가상화폐가 오히려 탈중앙화돼있기에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달러나 원화 같은 경우 그 가치에 중대한 변동이 생길 때 중앙은행이 개입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 같은 경우 이를 체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 폭락하거나 폭등할 때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여러 투자자와 기업들의 지지를 받으며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 늘고, 투자도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높은 가격 변동성과 위기 발생 시 구제 기관이 없다는 점 등 취약점도 분명한데요.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과 함께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비트코인 열기는 과연 식지 않고 계속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데일리 바이트는 경제, 비즈니스 뉴스를 쉽게 정리해주는 무료 뉴스레터 서비스입니다.

이 시리즈를 매일 아침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http://mydailybyte.com


작가의 이전글 디즈니, '디지털 디즈니랜드'를 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