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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06. 2021

삼성전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스마트폰부터 반도체까지, 삼성전자 완벽 해부

*이 글은 2021년 1월 6일자 비즈니스 뉴스레터, 데일리 바이트(http://mydailybyte.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데일리 바이트를 구독하시면 매일 아침 메일로 관련 글을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증시의 ‘4번 타자’인 삼성전자가 작년 마지막 증권 거래일에 8만 원의 고지를 돌파한 후에도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작년 코로나 위기로 4만 원 초반까지 주가가 빠졌던 걸 감안하면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거의 2배가량 오른 셈인데요. ‘코스피 대장주식’로 불리며 최근 주식투자 열풍 속에 시가 총액 500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삼성전자.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의 총 시가 총액이 약 2,000조 원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체 시가 총액의 25%를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4분기 실적 발표를 이틀 앞둔 삼성전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합니다. 삼성전자는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요? 


삼성전자, 뭐 하는 회사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삼성전자가 뭘 하는 회사인지 먼저 알아봐야겠죠.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은 가전제품(CE)과 스마트폰(IM), 그리고 반도체(DS) 이 세 가지입니다. 작년 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이 약 67조 원이었는데, 가전이 약 14조 원으로 20%, 스마트폰이 약 26조 원으로 39%,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약 30조 원으로 40%의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보통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삼성전자를 접하는 것은 주로 PC나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의 전자제품에서인데요. 물론 삼성전자는 전자제품 생산으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가장 큰 영업이익을 가져오는 부문은 단연 반도체 사업입니다. 3분기 반도체 사업은 26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6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여러 사업부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자랑했죠. 이에 더해 삼성은 2016년 미국의 자동차 전자 장비 및 음향 전문 기업인 하만(Harman)을 인수하며 자동차 부품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삼성전자는 약 237조 1,630억 원의 매출과 36조 7,000억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LG전자의 연간 매출이 보통 62조, 영업이익이 2~3조 원대임을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만 해도 1,000조 원에 달해 막대한 자금 동원력도 갖추고 있죠. 각각의 사업부문에도 글로벌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1위 자리를 점하고 있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인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경쟁하며 아슬아슬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고,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세계 시장에선 LG와 월풀에게 밀리긴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하고 있는 거의 모든 사업부문이 글로벌 순위권 안에 드는 셈입니다.


가전과 스마트폰으로 넘어선 코로나

2020년 3분기 삼성전자는 코로나 확산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시장을 놀라게 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집콕’ 수요가 늘면서 가전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고, 갤럭시 폴드와 플립 등 새로운 폼팩터를 잇따라 출시하며 스마트폰 부문의 영업이익도 50% 넘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DX)의 흐름이 나타나면서 반도체 부문도 굳건히 버텨준 결과, 삼성전자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선방할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4분기에는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이틀 뒤인 1월 8일 4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는데, 증권사에서는 4분기 매출액은 약 61조 원, 영업이익은 9조 5천억 원가량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감소를 예측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반짝 올랐던 가전과 스마트폰 부문의 영업이익이 3~50%가량 빠지고, 반도체 수출에서도 환율 하락으로 감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하지만 이렇다 해도 역대 최고 실적인 3분기 실적에 못 미치는 것이지, 작년에 비한다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하는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성장한 호실적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 초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D램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여 올해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

물론 스마트폰과 가전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긴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가와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 모두를 견인하는 것은 바로 반도체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알려면 먼저 반도체와 반도체 기업의 종류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됩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CPU나 AP는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기억장치인 RAM과 ROM에 많이 사용되는 D-RAM과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반도체에 해당하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D-RAM(D램) 시장에서는 41%,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33%의 점유율을 보이며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1위 자리를 지키면서도 D램에는 EUV(극자외선) 나노공정을 적용해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고 있고, 낸드 플래시 부문에서는 자체 적층 기술인 ‘더블스택’ 기술을 동원해 초고적층 낸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죠. 


게다가 올해엔 IT 기기 수요가 회복하고,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구축 경쟁이 다시 심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는 초호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삼성전자는 올해도 반도체 부문에서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슈퍼사이클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하나의 요인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글로벌 D램 수급 현황이 회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에 사활을 걸다

메모리 반도체만 보면 세계 1위이지만, 반도체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높은 정보 처리 속도를 필요로 하는 AI, 스마트 기기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CPU, AP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에도, 고성능 스마트폰과 PC에도 모두 이런 비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크기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크기의 1.5~2배에 달할 정도입니다. 앞으로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삼성전자도 이런 시대의 변화에 위기감을 느껴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엄청난 속도로 늘리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각각의 AI, 초고속 스마트 기기에 최적화된 비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재작년 비메모리 반도체에 무려 13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는데요.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삼성전자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대가 바로 요즘 유명한 대만의 TSMC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크게 설계기업(팹리스)과 생산기업(파운드리)으로 나뉘는데, 사실상 설계는 미국 기업들이 꽉 잡고 있어, 삼성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생산 쪽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쟁자인 TSMC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무려 56%라는 엄청난 글로벌 점유율을 갖고 있어 추격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삼성전자는 아직 점유율이 16.4%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 생산까지 다 하고 있어, 삼성과 경쟁 관계에 있는 애플 같은 기업들은 삼성보다는 TSMC에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올 3분기에는 TSMC가 애플의 AP 주문을 싹쓸이하며 삼성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5나노미터 공정을 앞세워 퀄컴의 AP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계약을 수주하며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게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5G의 시대가 개막하며 여러 설계 업체들에서 5G 통신칩과 GPU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호조로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매출도 2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슈퍼호황 D램과 성장하는 파운드리’의 황금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앞으로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사업부문에 걸쳐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인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삼성전자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요? 일단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특히 아이폰12가 출시 2달 만에 무려 5,320만대라는 글로벌 판매량을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모으면서, 삼성도 신제품을 조기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이 새로 내놓을 갤럭시 S21에는 4개의 카메라가 탑재되고, 단점으로 지적됐던 카메라 돌출이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제재로 없어진 화웨이의 빈자리를 신작으로 메우겠다는 전략입니다.


반도체 같은 경우 메모리 반도체는 숨 고르기, 비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는 전력 질주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D램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긴 하지만, 시장 상황이 확실한 것은 아니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조금 줄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D램 생산라인을 바꿔 카메라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 생산라인으로 일부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로봇에 들어가는 고성능 카메라 경쟁이 치열해지며 이미지 센서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초 나노 공정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TSMC에 대한 맹렬한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갈수록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작은 칩 안에 누가 더 많은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는지가 승부처가 되고 있는데요. 조금만 한눈팔면 인텔처럼 빠르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초미세 공정을 위한 장비 확보에 TSMC와 삼성전자 모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대에 1,500억 원에 달하는 장비를 10대씩 사용해야 정상적인 생산이 가능한데, 이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네덜란드의 ASML 한 곳뿐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부회장도 새해 첫 근무일부터 “시스템 반도체 신화를 만들자”며 반도체 생산 공장과 EUV 초미세 공정 라인 점검에 나섰습니다. 그만큼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의지와 절실함이 크단 의미겠죠.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과 같은 핵심 사업분야에서 꾸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있는데요. 특히 반도체 같은 경우 잠깐의 격차가 엄청난 미래의 기술격차를 가져올 수 있기에, 한 눈을 팔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전통적 캐시카우였던 메모리 반도체에서 미래의 스타가 될 비메모리 반도체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삼성전자. 과연 성공적인 전환을 통해 ‘10만 전자’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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