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40조를 태운 뉴욕증시 블록딜, 그리고 마진콜
지난 2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무려 20조원이 넘는 주식에 대한 블록딜이 이뤄졌습니다. 블록딜(Block-trade)이란 주식을 대량 보유한 주주가 매수자와의 합의 아래 대량의 주식을 할인가에 팔아 치우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 블록딜로 중국 기술기업과 미국 미디어 기업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심상치 않은 뉴욕 증시,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뉴욕증시에 떨어진 20조 폭탄
지난주 금요일 미국 뉴욕증시 개장 전 모건스탠리를 통해 무려 12조원에 달하는 주식에 대한 블록딜이 이뤄졌습니다. 월가 전체로는 약 20조원에 달하는 주식이 블록딜로 할인가에 팔려나갔는데요. 특히 중국의 기술기업과 미국의 미디어 기업 주식이 이번 블록딜의 대상이 됐습니다. 블록딜은 주식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합의를 통해 주식을 대량으로 싼 값에 팔아넘기는 것이기에, 블록딜이 이뤄지면 보통 주가가 내리곤 하죠.
대량매도=차이나리스크?
특히 이번에 대량으로 매도된 주식에는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는데요. 모건스탠리에서 이뤄진 블록딜 중 60%가 중국 기업의 주식이었다고 하죠.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 온라인 할인판매 전문 업체인 ‘VIPSHOP’, 텐센트와 Spotify가 함께 투자한 ‘텐센트뮤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장 전 모건스탠리를 통해 이뤄진 블록딜이 대부분 중국 기업 주식에 대한 것이었기에,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중국 기업 퇴출 경고가 지목되기도 했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며칠 전 자국 회계감사를 거부하는 중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러자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급락했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26일 증시가 열리자 몇몇 중국 기업과 함께 미국의 미디어 기업인 바이어컴CBS와과 디스커버리, 캐나다의 이커머스 기업인 쇼피파이, 그리고 영국의 패션 플랫폼 파페치의 주식에 대한 블록딜이 추가로 이뤄졌습니다.
중국기업: 에듀테크 업체인 GSX 테크에듀의 주가는 하루 만에 42%가량 폭락하고,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의 주가도 13% 급락.
중국외기업: 바이어컴CBS의 주가는 27%급락. 쇼피파이와 파페치는 장 초반 크게 내렸다가 전일 종가 수준 회복
중국의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그리고 영국의 기업까지 블록딜의 대상이 되자 증권가는 사태의 원인을 두고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25년 경력의 펀드매니저도 이번 사태를 두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까지 평할 정도였죠.
진짜 이유는 돈이 부족해진 헤지펀드?
아직 분명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월가는 ‘아키고스 캐피탈’이라는 패밀리오피스 투자사를 블록딜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패밀리오피스란 부유한 가문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자산운용사를 뜻하는데요. 아키고스 캐피탈은 유명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설립한 패밀리오피스로, 극단적인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헤지펀드의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키고스 캐피탈이 블록딜에 나선 것은 투자 손실이 커져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급하게 팔아야만 하는 ‘마진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아키고스 캐피탈이 보유한 바이아컴의 주식이 최근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폭락하자, 아키고스 캐피탈의 투자손실이 커져 보유하고 있는 다른 주식을 팔아 손실을 메워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가지고 있는 자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
이번 월가의 블록딜 사태로 무려 40조원에 달하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증발해버렸는데요. 앞으로 추가 매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번 블록딜 사태가 월가에 어떤 충격을 가져오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