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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ec 30. 2020

쿠팡이 꿈꾸는 세상

OTT에 라이브커머스까지 나선 쿠팡의 큰 그림

*이 글은 2020년 12월 30일자 비즈니스 뉴스레터, 데일리 바이트(http://mydailybyte.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데일리 바이트를 구독하시면 매일 아침 메일로 관련 글을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쿠팡이 자체 OTT 서비스인 쿠팡 플레이를 출시하고,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인 ‘쿠팡라이브’를 선보이면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로켓배송’과 ‘쿠팡맨’으로 유명한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은 최근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며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들고 있는데요. 사실 쿠팡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쿠팡은 초기부터 물류센터 확장과 로켓배송 시스템 구축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는데요. 2018년에는 4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무려 1조 97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사람들에게 ‘무모한 기업’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던 쿠팡은 어느새 영업손실 규모를 크게 줄이며 이커머스 업계 2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쿠팡이 그리고 있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지 알아보려 합니다.



로켓배송으로 굴린 적자 스노우볼

쿠팡은 2010년 하버드 MBA 출신으로 명문 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몸담았던 김범석 대표에 의해 설립됐습니다. 소셜 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2015년 모든 제품을 공급업자로부터 직접 매입해 무조건 다음날까지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공격적으로 제품군과 물류센터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제품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리스크도 크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었지만, 이런 전략이 초고속 로켓배송을 가능하게 했죠. 이후 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든든한 투자를 등에 업은 쿠팡은 천문학적인 돈을 물류센터 구축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렇게 쿠팡은 5년 만에 물류센터 규모를 10배 가까이 키워나갔습니다.


로켓배송은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문제는 막대한 적자였습니다. 물류센터를 짓고, 쿠팡맨을 고용하고, 모든 물건을 직접 매입해오면서 적자는 계속해서 늘어갔습니다. 2018년에는 적자가 1조 원보다 커지면서 손정의 회장이 추가로 2조 원을 투자하기도 했죠. 하지만 쿠팡의 이런 적자는 초기부터 의도된 적자이었습니다. 쿠팡의 목표는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마존처럼 초기엔 적자를 보더라도 시장 전체를 장악하겠다는 것이 목표였죠. 실제로 김범석 대표는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혀왔습니다.



드디어 빛을 보는 쿠팡?

그렇게 2018년까지 적자 스노우볼을 굴리며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오던 쿠팡은 2019년 드디어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적자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죠. 2019년에는 매출액이 64% 성장하며 무려 7조 15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쿠팡의 막강한 바잉파워와 로켓배송은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쇼핑이 줄고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쿠팡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죠. 올해 10월까지의 매출액이 작년 전체 기간 매출액보다 무려 40% 가까이 성장했을 정도입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쿠팡이 내년 드디어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죠. 업계에서도 못해도 수년 안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영업손실 추이 [출처 : 동아일보]



로켓와우+로켓제휴+택배사업=유통 플랫폼 완성

이커머스 업계 2위(거래액 기준)에 등극한 쿠팡은 이제 풀필먼트 사업과 택배사업으로 유통 분야의 마지막 퍼즐을 끼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기업으로 시작해 먼저 유통업계를 장악하고 물류, OTT, 클라우드 사업까지 진출해 거대한 플랫폼을 이뤄낸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아마존과 정확히 같은 행보이죠.


쿠팡은 2018년 아마존의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과 유사한 ‘로켓와우’ 멤버십을 출시했습니다. 매달 2,900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모든 상품을 아침 7시까지 받아볼 수 있도록 한 회원제 멤버십이죠. 그리고 쿠팡은 올해 7월 드디어 ‘로켓제휴’ 서비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풀필먼트 사업에 돌입했습니다. 풀필먼트(Fulfillment)란 한마디로 제품 유통과 물류의 전 과정을 대행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생산자가 제품을 만들어 풀필먼트 업체에 맡기면 유통과 배송을 풀필먼트 업체가 알아서 해주고, 수수료를 떼어가는 방식으로, 아마존의 핵심 사업 중 하나입니다. 앞서 출시한 로켓와우 멤버십이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풀필먼트 서비스인 로켓제휴는 물품 공급업자들을 위한 것이죠.


여기에 올해 10월 재신청한 택배사업 라이선스도 올해 말 허가가 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쿠팡은 아마존과 거의 비슷하게 거대 유통 및 물류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쿠팡이 택배사업자격까지 갖게 되면 로켓배송과 로켓제휴 상품을 넘어 오픈마켓 상품(쿠팡이 직접 매입하지 않고 중개만 하는 상품)까지 쿠팡이 배송할 수 있게 되면서 전방위적 유통채널로 거듭날 수 있게 됩니다. 사실상 소비자와 판매자,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유통과 물류까지 손에 넣게 된 것입니다.



“쿠팡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하게 만들겠다”

로켓배송, 로켓제휴, 그리고 택배로 유통과 물류기반을 튼튼하게 다진 쿠팡은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쿠팡은 무려 1,50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월간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간편결제(쿠팡페이), 배달앱(쿠팡이츠), OTT(쿠팡플레이), 라이브커머스(쿠팡라이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요. 워낙 강력한 사용자 기반을 가지고 있다 보니, 배민과 요기요가 버티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도 쿠팡이츠는 출시 1년 만에 점유율 7%(사용자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싼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소식에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죠. 게다가 3년 후면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에도 본격 진출을 선언하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나둘 해가고 있습니다. 김범석 대표는 “이커머스를 넘어 플랫폼 절대지존을 노린다”고 공언하기도 했죠. 


쿠팡이 이런 사업 다각화로 이뤄내고자 하는 것은 락인(Lock-in)효과입니다. 이커머스를 통해 모은 멤버십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들을 쿠팡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안에 묶어 놓겠다는 것이죠. 쿠팡의 이런 거침없는 행보로 “쿠팡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쿠팡의 비전도 조금씩 실현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쿠팡은 이렇게 플랫폼의 규모를 계속 키워나가면서 기업가치를 계속해서 불려 나가고 있습니다. 내년도 이커머스 업체들의 증시 상장(IPO)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도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쿠팡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 재무 전문가를 영입하고 미국에서 기업 설명회까지 진행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내년쯤 관련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는데요. IPO에 나선다면 기업가치는 약 10조 원가량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죠.



쿠팡이 꿈 꾸는 세상

쿠팡은 그야말로 아마존이 걸어갔던 길(Amazon-way)을 그대로 걸어가며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정말 사람들의 모든 것에 관여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꿈꾸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자율주행 배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냉정하게 본다면 쿠팡은 여전히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는 업계 2위 이커머스 업체입니다. 아마존을 모방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 시장은 미국 시장과 다르다는 지적도 있고요. 그런 만큼 앞으로의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쿠팡이 우리나라의 유통과 물류 체인,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 업계 전반을 뒤흔드는 강력한 플레이어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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