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무럭무럭 자라나는 홈피트니스 시장
코로나가 확산하고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급성장한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홈트’라고도 부르는홈피트니스 시장인데요. 미국에서는 실시간 동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홈피트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펠로톤’의 주가가 코로나 확산 이후 6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캐나다의 스포츠 의류 브랜드 룰루레몬까지 홈피트니스 사업 진출을 선언했죠.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확산으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홈피트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홈피트니스 열풍은 코로나가 잠잠해지더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은 홈피트니스 시장의 최근 이슈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홈피트니스와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을 꼽는다면 바로 ‘펠로톤(Peloton)’일 것입니다. 펠로톤은 원래 사이클 경기에서 선두 그룹을 일컫는 말인데요. 펠로톤의 창업자 존 폴리 부부는 실내 사이클 운동 프로그램을 집에서 즐길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2012년 동영상 기반의 사이클 운동 프로그램 사업에 나섰습니다. 펠로톤은 실내용 운동기구와 이 운동기구와 연계된 동영상 기반의 구독 서비스를 판매합니다. 펠로톤이 판매하는 실내용 사이클의 가격은 약 250만 원, 러닝머신은 약 450만 원에 달합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펠로톤의 사이클은 2달 넘게 기다려야 겨우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하고 합니다.
코로나 확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높은 인기의 비결은 펠로톤만의 질 높은 온라인 콘텐츠에 있습니다. 펠로톤은 유명 사이클 강사를 섭외해 화려한 스튜디오에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펠로톤의 자전거를 갖고 있고, 서비스를 구독하는 고객들은 실시간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타 강사와 함께 사이클 운동을 즐기고 자신의 운동량을 점검할 수 있죠. 사이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요가, 스트레칭, 근력운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 프로그램만 하루 15개 넘게 열리고, 매달 업로드 되는 콘텐츠도 1,000개 가까이 되죠. 운동기구를 고가에 판매해 콘텐츠 제작 비용을 충당하고, 구독 서비스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 펠로톤의 전략입니다. 펠로톤은 그저 실내용 운동기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기구를 기반으로 한 구독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죠. 펠로톤이 ‘홈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특히 코로나 확산 이후 펠로톤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였는데요. 올해 6월까지의 매출이 전년 매출의 2배에 달했고, 펠로톤의 주가는 올 초 대비 4배 넘게 올라 140달러대까지 치솟았습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펠로톤의 성장 가능성이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홈피트니스 열풍은 지속될 것이고, 그때 펠로톤은 더 성장한다는 것이죠. 펠로톤은 벌써 시가총액만 40조에 달해 곧 나스닥100* 편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근 펠로톤은 4,6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경쟁사였던 운동기구 업체 프레코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펠로톤의 엄청난 성장을 본 애플과 스포츠 의류 업체 룰루레몬도 홈피트니스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애플은 얼마 전 자사의 기기와 연계한 홈피트니스 구독 서비스 피트니스+를 런칭했습니다. 월 9.99달러를 지불하면 애플이 제공하는 다양한 동영상 운동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애플의 피트니스+출시가 애플의 세계관 통합 과정의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애플은 과거 완벽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 집중해왔지만, 최근에는 음악, 게임, OTT 등 구독 기반 콘텐츠를 확대해가며 애플만의 독자적인 세계관 통합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피트니스+도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와 연동되는 서비스로, 고객들의 일상을 ‘애플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죠. 펠로톤은 “아직 애플이 피트니스 하드웨어 개발까지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같다”며 애플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의류로 유명한 캐나다의 룰루레몬도 올 6월 미국의 디지털 피트니스 스타트업 ‘미러’를 5,000억 원 넘는 가격에 인수해 디지털 홈피트니스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미러’는 카메라가 달린 디지털 거울을 이용해 홈트레이닝 클래스를 즐길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인데요. 미러도 펠로톤처럼 디지털 거울을 150만 원이 넘는 고가에 판매하고, 이와 연동된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룰루레몬은 미러가 향후 룰루레몬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책임져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도 올 9월 펠로톤보다 150만 원가량 저렴한 가정용 사이클을 출시하고 스타트업과 제휴해 온라인 피트니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대기업들이 홈피트니스 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요? 우리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미국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클래스101, 야나두, 라피티와 같은 교육업체들도 운동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제작, 판매하고 있는데요. 카카오의 에듀테크 계열사 야나두는 펠로톤과 유사하게 ‘야핏 사이클’을 제작, 영상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통신사들도 이미 지난해 말부터 5G, AI를 접목한 홈트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게다가 최근 국내에서는 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보험사들도 홈트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펠로톤의 성공 사례를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요.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홈피트니스 시장규모는 2018년 약 3조 원에서 2026년에는 약 25조 원까지 9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여러 업체들이 엇비슷하게 경쟁하고 있는데요. 아직 펠로톤이나 피트니스+의 국내 출시 계획은 없지만, 이들이 만약 한국 시장 공략에까지 나선다면 과거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을 단숨에 장악해버린 것과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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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미디어 스타트업 BYTE에서 콘텐츠 팀장을 맡고 있는 장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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