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과 요기요의 M&A, 그리고 배달앱 시장의 지각변동
어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소유하고 있는 독일계 사업자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합병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DH에게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지시했는데요. DH는 공정위의 이러한 결정을 수용해 요기요를 매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60%에 가까운 점유율(사용자 기준)을 갖고 있는데요. DH는 점유율 30%에 달하는 요기요를 매각하고 배달의 민족을 품에 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DH의 M&A로 배달앱 시장의 지형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오늘은 배달 플랫폼과 관련된 최근 이슈를 알아보려 합니다.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배달앱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배달앱 결제 금액은 크게 늘고 있고, 라이더 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지난해 배달앱 총 거래액은 약 7조 원 규모였는데, 올해는 2~3월부터 코로나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8월 한 달 결제액만 무려 1조 2천억 원에 달했는데요. 배달시장이 이렇게 급성장하다 보니 쿠팡과 위메프오 등 물류 및 유통업체들도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국내 배달앱은 배달의민족(60%)과 요기요(30%)를 중심으로 쿠팡이츠, 위메프오, 배달통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배달 거래 수와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배달 라이더 쟁탈전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배달주문을 위해 매장 형태와 메뉴까지 바꾸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요기요의 배민 M&A 합병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요기요를 가지고 있는 독일계 기업 DH는 ‘더 큰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배달의민족을 약 4조 7,5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DH는 당시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손잡고 싱가포르 진출을 추진하고 있었는데요. DH는 아시아권 11개 국가에서 배달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국내 1위 배달앱인 배민을 인수해 막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권 배달시장의 패권을 거머쥐려 했습니다.
인수 선언 초기에도 시장 독점 논란이 있었지만, 이런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올해 4월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가뜩이나 코로나로 외식업계가 어려워진 상황이었기에, 언론과 정치권에서까지 배민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배민은 결국 수수료 체계 개편을 포기했지만, 배민이 시장 독점력을 남용하려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한때 요기요와 배민의 합병에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기업 간의 합병이 완료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배민과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이 90%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거의 1년간 합병 건을 심사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1월 공정위는 DH에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취지의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습니다. 초기에 DH는 “공정위를 잘 설득하겠다”며 요기요와 배민 중 하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어제 열린 전원 회의에서 공정위는 “배민을 인수하려면 6개월 안에 요기요를 매각하라”면서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DH가 요기요를 매각하고 배민을 인수하겠다고 밝혔죠. DH는 사실 이전부터 요기요 매각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기요는 DH의 매각 선언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DH는 최소 6개월, 최대 12개월 안에 요기요를 매각해야 하는데요, 요기요는 약 2조 원대의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매물로 나올 요기요를 과연 누가 인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요. 네이버, 카카오, 신세계, 롯데, 쿠팡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누가 요기요를 가져가든 배달앱 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예상되는데요. 사실 이미 배달앱 시장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기업결함심사 때문에 배민과 요기요는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기 어려웠는데요. 이 틈을 노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왔습니다. 쿠팡이츠는 ‘고객’에게 집중하고, 위메프오는 ‘음식점주’들에게 집중하며 어느새 ‘배달통’을 제치고 배달앱 3, 4위로 각각 등극했습니다.
쿠팡과 위메프가 가세하면서 배달앱 시장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배민과 요기요의 영향력은 압도적입니다. 이용자수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90%이지만, 거래 액수로 따지면 이 둘의 점유율이 거의 99.2%에 달할 정도인데요. 특히 이번 크리스마스이브 당일 배민의 서버가 먹통이 되며 고객들과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기도 했죠. 이번 사태는 주문 폭증 때문이 아니라 배달원용 앱에 오류가 생기며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며 소수 기업의 시장 독과점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죠.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배달앱을 출시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공공배달앱은 자영업자들에겐 수수료 혜택을, 소비자에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달 초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경기도 배달앱 ‘배달특급’은 벌써 가입 회원이 10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DH가 배민을 삼키고 요기요를 뱉어내기로 한 가운데,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까지 시장에 뛰어들며 갈수록 배달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업체들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배달 수수료는 오히려 저렴해져야 할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배달대행사들은 내년부터 배달 수수료를 일제히 인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부터 정부의 플랫폼 노동자 보호대책이 실시되고, 배달원 구인난도 계속해서 심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배달앱은 늘어나고, 라이더는 부족해지는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더 강한 보호조치의 필요성까지 제기되며 앞으로 배달앱 시장에는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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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미디어 스타트업 BYTE에서 콘텐츠 팀장을 맡고 있는 장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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