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졸 Jan 14. 2022

"엄마, 나 그냥 전역 안 할래"

세상에 나아가기 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엄마, 나 그냥 전역 안 할래 

2020년 11월 부모님에게 내가 한 말이다나는 병사로서 군 생활을 마치고 하사로 추가 복무할 수 있는 전문하사를 신청했다. 아들의 전역날을 손꼽아 기다리시던 부모님에게는 많이 죄송했다. 하지만 나는 부사관의 삶도 체험해보고 싶었기에 서류 작성, 체력 검정, 면접을 일사천리로 마무리했다.


 부대에 후임들, 동기들은 나에게 "드디어 미쳐버린 거야?"라고 물었다. 그럴 만도 한 게 2년 동안 군 생활을 하여 병장을 달고 이제야 자유를 찾아 날아갈 수 있는 기회인데. 다시 간부들의 막내 계급으로 들어가 고생을 더 한다니..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싶었나 보다. 나도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 일병 때부터 "전역하고 싶다.. 진짜 시간 안 간다.." 이런 말만 했던 내가 되려 군생활을 연장하다니. 나도 내가 미쳤나 싶었다. 충격받은 부대원들에게, 그리고 아들의 전역일만을 기다리던 부모님에게 나는 이유를 자초지종 설명했다. 


"내가 군생활을 하면서 많이 느꼈는데. 군인 간부들하고 공무원하고 다를 게 없더라고, 나도 공무원 경험한 다치고 하사 1년만 해볼게. 그리고 1년 동안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고민도 해보려고. 병사로 있는 동안에는 솔직히 나가서 뭐할지 하나도 생각을 못했어. 하사하면서 퇴근 후에는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찾아볼 계획이야." 이렇게 말하니 부모님도, 동기들도 그냥 하고 싶은데로 하라며 말리지 않았다.



2020년 1월 22일 나의 하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 7시, 알람이 울리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이불을 정리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양치를 하며 거울을 봤는데 내 표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설렘과 걱정이 공존했다. 쿵쿵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8시에 출근길에 올랐다. 숙소가 부대 옆이라서 조금 더 천천히 출발해도 되지만 첫날부터 늦게 가면 밉보일까 조금 빠르게 출발했다. 하사 생활의 첫 시작이라 모든 게 어색했다. 출근길에 병사들이 나에게 경례를 했다. "충성! 장 하사님 임관 축하드립니다!" 부대원들의 경례에 조금은 어색하게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라고 대답했고 그제야 내가 하사가 되었구나 실감이 났다. 


하사가 되면 어떤 업무를 하게 될까 궁금했는데.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1년 후에 전역할 예정이었기에 새로운 일을 주시지는 않았다. 평소 내가 하던 업무는 행정 업무였다. 엑셀에 함수를 사용해 자료를 만들고 프린트해서 서류철을 하는 간단한 업무였다. 하지만 숫자가 틀리면 안 됐기에 확인 또 확인해야만했다. 가끔씩은 창고에 내려가기도 했다. 창고를 정리하고 물품이 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창고에 갈 때마다 몸은 힘들었다. 하지만 작업 중 병사들과 나누던 잡담, 작업을 마치고 부대 안에 있는 px(군대 안에 있는 할인마트)에 가서 음료수를 마시며 서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던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임관하고 처음 몇 달간은 하사 생활에 만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워졌다. 쳇바퀴속 다람쥐가 된 기분이었다. 하사 생활은 아니 공무원 생활은 나와 맞지 않았다. 괜히 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마음을 잡고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서 생각했다. '하사를 했기에 사회로 나가기 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얻은거야.'


평일엔 열심히 일을 했고, 주말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주말에 했던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건 부대에서 주식 동아리 수업을 들은 것이었다. 동아리는 주식을 잘하는 병사가 대대장님께 건의하여 만들어졌다. 수업을 듣기 전 나의 마인드는 '주식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거다' 였다.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주식은 돈을 잃게 만드는 도박 같은 거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재테크를 하고 싶었고 경제에 대한 기초 상식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주식 수업을 들었다. 주식 동아리에서 주식 기초 수업과 경제 기본 상식을 배웠다. 그 후 실전 투자를 시작했다. 주식 거래 어플을 깔고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이론수업만 듣다가 실전을 하려고 하니 너무 긴장되었다. "괜찮습니다. 원래 실전을 해봐야 실력이 늡니다." 주식 선생님의 말을 듣고 걱정을 떨치고 주식시장이라는 전쟁터로 발을 들였다.


종목을 열심히 골랐다어떤 걸 살까 며칠 동안 고민했다. 소개팅에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 고민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선택했다. 이 종목, 저 종목 여러 가지를 살펴보다가 결국 삼성 계열사의 종목을 골랐다. '처음은 역시 안전하게 대기업 주식 사야겠다.' 처음 주식을 구매하니 '나도 이제 주주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을 시작하다니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주식을 시작하니 뉴스를 열심히 보게 되었다. 그제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특정 산업은 어떤 상황이고, 미국 증시는 어떻고 이런 정보들을 뉴스에서 알게되었다. 주식을 배웠을 뿐인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경이 생겼다. 나는 이렇게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