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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16. 2020

제국주의가 만든 인위적 국경, 지구는 여전히 전장

[서평] 지리의 힘, 팀 마샬 지음


지리(geography), 지정학(geopolitics), 지경학(geoeconomics)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사회학에서, 사회학적 분석을 통한 미래의 전망은 경제와 정치를 따로 분리해서 말할 수 없다, 셋은 서로 맞물려 움직인다.

        

한국,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되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산하가 무척 험악한 지형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고 나서, 세계 여러 나라에 놓인 산맥에 비해 평탄한 지형이고, 강은 깊이도 있고 서로 이어져 있어서 경제적 조건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과 서를 가르는 산맥은 이민족의 침략이 불가능할 만큼 험하지 않고 지정학적이나 지경학적 관점에서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는 것과, 때문에 수많은 열강들이 우리나라를 노렸던 역사적 사실에 조금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작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남북 관계가 화해 무드이고 곧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DMZ에 큰 평화 공원이 들어서고 동쪽을 통해 북방으로의 외교가, 서쪽을 통해 남방으로의 외교 무대가 진행되면, 우리가 세계의 중심에서 평화를 외치며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가 그것을 가능케 만들어줄 것 같았고 그 희망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저자의 한국의 지리적 위치에 관한 분석은 배려가 깊지 않다. 한국에 대한 진단은 비전문가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많고, 국제 분쟁이나 외교 분야의 전망에서는 거시적 안목에서 오는 구멍으로 생각되는 부분이 많았다. 놀라운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 낸 점이나 높은 시민의식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지리적 전망의 한계로 보였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 국들의 관계에서도 지나치게 단순화한 점이 아쉬웠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 문장에는 전쟁의 원인과 주체에 대한 언급이 빠진 가정이다. 제국주의 침략시대에나 허용될 법한 저자의 나눠 먹기식의 전망은 상당히 거슬리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전쟁의 당사자는 물론 그 피해도 한반도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위의 네 나라가 어떤 선택을 차분하게 고려할 기회는 마찬가지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과거의 한국전쟁이 양측 모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고, 그 전쟁을 막지 못했다. 오늘날의 전쟁은 훨씬 더 세밀하고 복잡한 역학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의 당사자를 뺀 네 나라의 선택을 묻는 저자의 질문은 어리석어 보이기도 했다.


제국주의가 낳은 인위적 국경


아프리카는 여전히 비극의 땅이다. 자원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들의 삶은 척박하고 힘겹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은 자원이 내린 재앙이다. 그리고 그 재앙은 제국주의가 만든 인위적 국경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들의 자원의 저주와 약탈당할 운명은 모두 인위적인 국가 경계가 부른 비극이며 저자의 말에 따르면 '논리적 부조리'다. ‘논리적 부조리’는 '아프리카판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수많은 생명이 죽임을 당했으며 제국주의의 집단 광기가 부른 참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동은 이름부터 유럽인들의 시각이 반영되었다. 중동 역시 침략의 당사자들이 인위적으로 그은 국경이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땅은, 국경은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조각조각 낸 국경은 결국 탈이 나고 만다. 중동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침략자들이 임의로 그은 선으로 인해 모든 나라들은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지금도 경계에서 전운이 요동치고 있다.

무엇의 중간Middle인가? 어디로부터의 동쪽East인가? 이 명칭은 유럽인들이 세계를 보는 시각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 말하자면 유럽인들 자신이 결정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지역을 바라보는 그들 자신의 시각인 것이다. 그들은 잉크로 지도 위에 선을 그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그 선들은 유례없이 인위적인 국경선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를 다시 그으려는 시도가 피를 불러오고 있다.


여기에 종교까지 개입되니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사람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종교가 인간의 삶을 말하지 않고 신의 명령이라고 목소리를 낼 때, 인위적 국경 못지않은 재앙이 발생한다. 국경이든 종교든 이 모든 일은 서구의 제국주의 열강들이 만들어 놓은 짙은 그늘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중국, 4천 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다.


중국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14억 가지는 된다. 또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없는 이유도 14억 가지는 된다.

결국 가진 패가 힘이 될 수도 있고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중국의 인민 확장적 정책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차이나타운'이 존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중국 인민들의 삶이 뻗어나가고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인구와 자본을 바탕으로 한 확장 정책을 전 지구적으로 펼치고 있다. 아프리카에 중극이 공을 들이고 있다는 기사는 조금만 관심 있는 독자라면 언론의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중국은 미국과 라틴아메리가 사이의 벌어진 틈새를 집중 공략하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와 인도양을 넘어서 전 세계로 입지를 넓히는 확장적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영향력이 커 보이지만, 중국 정부의 물적 공략과 미국의 견제, 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라틴아메리카를 보며 인류가 여전히 탐욕과 전투적 확장 시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내륙(실크로드)을 통해 동서로 교류했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이 해양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이유를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제래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에서, 중국이 정화의 항해 이후 중국이 해양 정책을 포기했기 때문에 고립되어 몰락했다고 진단했던 것과 연결하면, 현재 중국의 해양으로의 진출은 과거의 과오로부터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며, 오랫동안 쌓인 숙원을 풀어보자는 야심으로 이해되었다.


강, 산맥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 지경학적 측면의 분석


세계 국가의 형성 과정과 그에 따른 변화의 과정을 짚어가다 보니, 중세를 거쳐 근대로, 근대에서 현대, 또 현대를 넘어서는 세대의 변화는 세계 국가의 발전 방향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전 시대의 신분의 불평등은 현재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고 불가피해 보였다. 역사의 발전 방향이 향후 경제적 불평등의 단계에서 경제적 공존 또는 국가 복지의 실현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지리의 힘은 새로운 시너지를 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분석을 따르다 보면 어느 곳이든, 어떤 이유(종교, 인종 차별, 금융, 불평등 등)로든 어디든 분쟁지역이 될 수 있다고 읽힌다. 지리의 힘을 현재의 삶의 환경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차원에서가 아니고, 상대국의 이익을 탐하는 순간에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서 분위기를 조장한다면, 극단적 목소리가 주류를 이끈다면 말이다.


2008년 유럽을 강타한 재정 위기에 이어 유로존 내에서 <이념적 균열>이 진행되는 지금, 유럽 역사에 깊이 뿌리내린 분열은 여전히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스의 긴축 정책이 결정되고 그 시행이 요구되었을 때 이내 <지리적 분열>이 가시화됐다. 기증자와 요구자는 북쪽 국가들이었고 수령인과 탄원자는 남쪽 국가들이었다.... 독일은 이른바 긴축안이 전제된 구제금융을 제시하며 이끌었고 그리스는 이에 반발했다...."어째서 독일인들이 우릴 통치해야 하는가? 유로화로 인해 우리보다 더 큰 이득을 보는 게 그들인데 말이다."


서유럽의 이념적 분열과 지리적 분열은, 지리적 분열이 이념적 분열을 부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지금도 여전히 분열과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고야 마는 침략적 제국주의의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임의로 갈라놓은 국경은, 종교와 국가적 이익과 힘의 논리가 더해지면서 그 분열이 세밀해지고 혼재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책을 읽고 세계의 지리를 국경은 기본이고 산맥과 강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수많은 나라로 조각조각 나뉜 원인을 지리적 요인과 그것으로 촉발된 정치 경제적 요인들이 침투했기 때문이었다는 분석과 같은 이유로 지리는 불변하지만 정치 경제적 요인은 시대에 따라 끝없이 변하기 때문에 지금도 전시와 다름이 없이 세계는 여전히 전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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