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래?"
아침에 눈을 뜨니 5시 30분이었다. 십 분 정도를 잠이 깬 채로 뒹굴뒹굴하니 벌써 일어나서 집안을 돌아다니던 남편이 하는 말이다. 새벽인데, 어제 먹은 것이 아직 윗배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꽉 차서 가슴이 답답한데 밥을 먹겠냐니... 예민한 사람 같았으면 들어갔던 음식이 도로 나올 것이겠지만 난 그 정도로 예민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답답하고 막힌 가슴이 더 뻐근해지는 느낌 정도다.
"지금 5시 40분이야."
"그럼 6시에 먹을까?"
"배가 고파?"
"배고파."
"그럼 그러지 뭐."
나의 배꼽시계에 맞추면 나는 사실 아침을 안 먹어도 되는 사람이다. 10년을 아침을 안 먹고살았고, 1년 전부터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늘 남편이 비벼 주거나, 볶아 주거나, 끓여 주는 것으로 먹었다. 누룽지를 끓일 때도, 라면을 끓일 때도 있고, 밥을 나물이나 야채와 섞어 비비거나, 잘 익은 김치에 볶아 주기도 했다. 냄비나 양푼이나 볶음용 팬에 대략 2인분 정도를 해서 가져오면 끓인 것은 정확히 두 그릇으로 나누고, 비빔이나 볶음은 땅따먹기 금을 긋듯 절반을 경계를 만들어 서로 넘어오지 않게 하고 먹는 것이었다.
그렇게 1년을 먹었는데도 아직도 나는 아침이 반갑지만은 않다. 남편이 꼭 먹어야 하고, 남편이 밥을 준비도 하고 혼자 먹게까지 하는 것이 미안하고 민망해서 같이 먹어주겠다는 마음으로 먹은 것이었다. 그동안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당겨지더니 오늘 드디어 6시가 되기 전에 밥을 먹겠다고 하고, 결국 5시 50분에 밥을 먹었다.
그로부터 3시간이 지나 동네 커피점에 가서 커피를 사서 들고 들어왔다. 밥 먹고 3시간이 지났는데 이제 아침 9시다. 하루를 일찍 시작한 오늘은 게다가 일요일이다. 직장을 나가지 않아도 일요일은 대놓고 게으름 피워도 되는 날이다. 그런데, 아침잠 많고 아침 일찍 움직이는 것을 힘들어하는 내가 아침 6시도 안 돼서 밥을 먹었고, 밥 먹은 지 벌써 3시간이 지났고,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6시 30분에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면 7시 20분. 보통의, 혹은 좀 더 이른 출근이었다. 그때는 남편도 집에서 아침은 하지 않았다. 나는 나가느라 바쁘니 밥을 차리지 않는 것이 점점 익숙해졌고, 남편은 혼자서 아침을 챙겨 먹는 것이 싫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도 나가서 먹거나 간단하게 때우거나 한다고.
일찍 출근해야 하던 그 생활이 없어지니 아침 그 시간은 잠으로 메워지거나 이불과 씨름하는 시간이 되었고, 이전에 집을 나서는 시간쯤에 남편은 밥을 먹자고 챙겨서 탁자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속이 빈 것 같은 느낌이 좋다. 몸이 가볍기도 하고, 속이 쓰리기보다는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
요즘 들어서 속이 비는 느낌을 가져본 기억이 없다. 딸은 먹기 싫으면 "싫어" 또는 "안 먹어."라고 딱 잘라 말한다. 더는 권할 수 없게 단호하다. 자기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는 모습이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괜찮아요, 조금 이따 알아서 먹을게요."라고 아들처럼 부드럽게 대답을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는 그나마도 못한다. 밥을 먹어야 하는 남편을 향해 "혼자 먹어"라고 말하는 것도, "싫어요"라고 거절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고, 막상 해놓고 나면 마음이 오래 불편하기도 해서다. 그래서 오늘도 새벽에 이른 아침을 먹었고, 지금 11시지만 아직도 가슴까지 음식이 꽉 차 있는 포만감을 느낀다. 특별히 준 자가격리 중인, 움직임이 없는 오늘은 종일 배부른 하루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