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음식을 만들면 꼭 다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이 있다. 상해서 버리고, 데워 먹는다고 불 위에 올렸다가 태워서 버리고, 나중에 먹겠다고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버리고, 바로 조리하려고 양념 상태의 날 것으로 냉장실에 있다가 음식으로 탄생되기도 전에 상해서 버리기도 하고. 작년 추석에 양념에 재운 갈비의 절반은 그렇게 버려졌고, 나물 몇 가지는 항상 반도 먹기 전에 상해서 버려졌고, 전은 냉장고에 한 달간 잘 보관되어 있다가 버려졌다.
살 때는 대목이라서 재료만도 평시보다 비싼 가격으로 장만한 것들이었고, 거기에다 양념에 공을 들여 맛있다고 평가받은 것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버려지는 것도 늘 있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이렇게 될 것을 생각하고 다음에는 꼭 적정 양만 해야지 마음먹는데, 왜 장보는 당일에는 그 마음을 잊는지 모르겠다. 어딘지 조금 부족할 것 같고, 명절인데 넉넉해야 할 것도 같고, 남들도 다 그만큼의 양을 사 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힘들게 한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 반찬통이 비워질 때는 올해도 명절 음식을 잘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그런데 하나 둘 버려지는 음식을 보면 하루를 위해 지나치게 과하게 준비한 것도 같고, 명절을 잘 보내지 못한 것도 같고,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주부로서 뭔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뭐라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하게 나쁜 기분이다.
따로 차례상을 차리지 않기 때문에 우리 집 명절 음식은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한다. 색이 선명한 것도 장만하고 칼칼하게 매운맛도 준비한다. 가끔 참나물도 고추장과 된장에 무치고, 무를 살짝 절이고 오징어를 데쳐 넣은 초무침도 고춧가루 색이 지배하도록 빨갛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남들 준비하는 것처럼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들을 빼놓지 않게 된다. 고기도, 생선도, 나물도, 전도 …….
전은 만드는 과정에서 주섬주섬 집어 먹으며 하다 보면 정작 명절 당일에는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준비한 전의 대부분은 냉동실로 직행했다가 나중에 먹어야지 하고는 음식쓰레기로 버려지기가 다반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는 전을 하지 말아야지 마음먹어도 전의 기름 냄새가 없으면 명절의 분위기가 나지 않아서 늘 준비하게 된다. 그래서 그때그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으로 종류를 달리한다.
녹두전은 시장에서 부쳐서 파는 것 몇 장을 사서 사온 날 먹고 명절 당일 상에 올리려고 조금만 남겼었는데, 이번엔 녹두 가루가 어디서 들어오는 바람에 집에서 녹두전을 부치게 되었다.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 녹두 가루를 물에 풀고, 야채 양념 따로, 고기 양념 따로 밑간을 한 후에 섞어서 전을 부치게 되었다. 평소 두세 장 사던 것에 비하면 집에서 직접 만드니 꽤 많은 양을 준비하게 되었다. 온 집안에 녹두전 냄새가 진동했다.
보통은 시장에서 사 온 녹두전 외에 생선전과 육전, 고추전 등 번갈아서 두 세 종류를 준비했었는데, 장을 보다가 시장에서 젊은 상인들이 표고버섯 말린 것을 팔면서 표고버섯 전을 선보이고 시식 행사를 하고 있었다. 먹어보니 진하지는 않았지만 표고버섯의 향도 나고, 말린 것을 살짝 불려 만드는 것이어서 씹히는 식감도 있었다. 망설이지 않고 한 근 사 왔다.
친절하게 안에 레시피도 인쇄해서 넣어 주었기에 그대로 따라 하면 되는 것이었다. 표고버섯을 30분간 물에 불린 후에 물기를 꼭 짜고, 당근, 양파, 청양고추, 쪽파를 쫑쫑 썰어서 계란 물에 마구 풀어서 프라이팬에 한 수저씩 떠 놓으면 한입에 쏙 들어갈 전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조금 짜게 해야 반찬으로 먹기 좋다는 메모가 있어 소금도 적당히 넣어 그야말로 짭짤한 반찬으로서의 전이 완성되었다.
이번 명절의 성과를 굳이 따지자면, 늘 버려지던 전을 모두 다 먹어치운 것이었다. 표고버섯 전은 명절 당일로 가족들의 입 속으로 모두 들어갔고, 녹두전도 많은 양을 한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 반응이 훌륭했다. 음식 몇 가지는 다 먹지 못하고 여전히 쓰레기로 버려졌지만, 이번 명절의 성과라면 ‘전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