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 프로듀스 X101, 쇼미더머니 등을 보며
좋아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끝났다. 슈퍼밴드, 그중 내가 응원했던 팀은 호피폴라다. 이름도 낯선, 희망을 노래한다는 외계어를 팀명으로 가진 팀이다. 들을 귀는 있으나 분석하고 논평하는 재주는 없었는지 여러 번 방청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분명하게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방청에서 탈락을 하는 이유를 나름 분석해 보았다. 음악의 경향이나 흐름, 주도하는 그룹과 그들의 음악이 주는 메시지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신청서를 원활하게 작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해서, 경연은 빠짐없이 보니까, 출연진 누구누구를 신뢰해서 등의 이유는 다시 생각해 봐도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다. 나는 진정 음악을 즐기(기만하)는 시청자다.
슈스케, 프로듀스 101, 팬텀싱어, 슈퍼밴드, 미스트롯 등, 그동안 시청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이다. 처음엔 방송 채널이나 제작팀, 출연진을 가리며 시청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은근슬쩍 나오는 프로그램은 단호하게 시청을 거부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이런 관점이다. 나름 비판적 시청이다. 그러나 경연이 진행되며 수많은 채널과 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소식들을 접하면 보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잘 했는지, 연주가 어땠는지, 어떻게 무대를 찢었는지, 객석은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하다. 뉴스의 생산량이 여론의 방향은 아니라는 점을 그쯤이면 잊는다. 이미 물량 공세에 넘어갔다. 줏대 없는 비판적 시청자가 된다.
모 프로그램이 투표조작으로 시끄럽다. 제작사는 압수수색, 제작진은 구속의 갈림길이라고, 찾으면 기사를 볼 수 있다. 아직 진행형이다. 그러나 충격적이고 중요한 사안이라는 나의 생각만큼 파장은 크지 않은 듯하다. 여전히 수많은 채널에서 비슷한 경연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크게 활약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는 그런 불상사가 없었겠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쇼미더머니도 즐겨 본다. 대부분은 랩이 잘 들리지 않지만 우선 리듬에 몸을 맡긴다. 경연 중반으로 가면 랩 가사는 친절하게 자막으로 보여준다. 나는 힙합에서 중요한 것을 가사라고 생각한다. 라임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은근이 숨어있는 것이 좋다. 라임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전달하려는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는 가운데 느껴지는 리듬감과 숨어 있는 라임에 따른 절묘한 호흡을 느낀다. 힙합을 하나도 모르지만 랩을 듣다 가슴이 찡해지는 순간이 있다. 스스로를 폭발시켜 관객의 눈을 모으는 울림이 느껴질 때, 저런 게 힙합이구나, 한다.
쇼미더머니 출연진 가운데 학창시절 논란이 된 인물들이 꽤 많다. 정치권과 재력가의 자녀도 있었다. 그들의 사생활 논란은 잘 보던 사람마저 등 돌리게 만든다. 심지어 그런 인물을 선택한 크루도 같은 부류로 싸잡아 비판하고 싶어진다. 제작진과 방송사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음악을 음악으로 봐 달라고 한다. 듣던 말이다. 친일 문학 논란에서, 시는 시로 봐야 한다고 했다. 문학이, 음악이, 그것들의 문화가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를 이끄는데, 그냥 작품으로만 보란다. 시대에 눈 감고 사람들을 등 돌리게 만드는 음악이, 시가 작품이 되고 문화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이해 못한다.
나름 비판적 시각을 가진, 그러나 줏대 없는 시청자지만 요즘 방송이 문제가 많다고 느낀다. 재미만 있으면 될까? 출연진이 어떤 삶을 살았건 우리에게 웃음만 주면 되고 시청률이 잘 나오면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당신이 그들에게 피해를 본 당사자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우스갯소리가 있다. 모르면 말을 하지 말라고. 하물며 방송이다. 둥글둥글 사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방송은, 기본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잘 갈고 닦인 방송의 역할을 아직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