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나은 나를 기대한다

by 바람

브런치 시작하고 어느새 180일이 되었다. 어느새 반년, 그동안 글 123개를 발행했다. 처음엔 브런치 북을 만들 수 있을까 기대와 걱정이 있었다. 어느덧 어설프지만 브런치 북도 만들어 봤다. 매일 고민하며 이런 글도 글이 될 수 있나 하는 자기 검열과 싸우고, 어떤 작가님의 말씀대로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라는 그 말에 기대어 글을 써오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또 다른 작가님이 해온 과정대로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기사도 올린다. 따라쟁이처럼, 매일 어디에든 글 한 편을 나름 완성해서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일정 분량의 책도 읽는다. 정해진 시간만큼 필사도 하는 것도 하루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여러 작가님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올해는 지역의 블로그 기자로 지원해서 지역 기자로서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기자 간담회 한 번을 갖지 못했지만, 이미 자랑을 끝낸 명함은 한 통 가득 묵직하게 거실 한쪽에 놓여 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처음 글쓰기 시작은 지역 평생교육 강좌를 통해서였다. '브런치 글쓰기, 일상이 글이 될까?', 규칙적 일상에서 갑자기 놓여난 내게 새로운 규칙을 부여해 주었던 강좌였다. 그렇게 새로운 길을 찾았다. 이 길을 찾지 못했으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자기소개 문구를 쓸 때, 머뭇대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13년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으나 지금은 교사가 아니고, 강사로 한때 강의도 했으나 강사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에세이를 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주부라고 명명하기는 싫은, 나를 소개하는 것이 힘들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자기소개 글을 보면, 작가, pd, 에세이스트, 크리에이터, 에디터, 디자이너, 예술가, 거기에 '그리고 연구하고 씁니다'라는 이 담백하고 겸손한 말투가 세상 부러웠다. 이 많은 이름들 중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고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왜 아무것도 아닐까? 혼자서 물어도 명확히 무어라고 할 수 없음이 초라했다.


게다가 올라오는 글을 보면, 전문적인 자신의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분야에서의 특화된 무언가를 바탕으로 이미 책을 출간하고 또 조금 더 옆자리를 확보하여 새로운 글 묶음을 만들어내는 것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냥 부럽다는 표현은 부족했다. 그리고 부러운 마음만으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브런치 작가로의 출발은 세 번째의 시작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다. 50대 후반, 아이들 키우고 난 후에 학생으로 공부했고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이제 글을 쓰는 것이 매일의 일과가 되었다. 매일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며 글을 쓴다. 매일이 도전이고 모험이다. 부끄러운 글이지만 올리면 따뜻하게 답해주는 이웃이 있다. 댓글을 읽으며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인으로 마음대로 해석한다. 형편없는 글이 아닌가 걱정했던 마음을 덮어준다.


브런치를 시작하며 글쓰기 계획이나 목표가 나름 있었다. 책도 읽고 쓰고, 영화도 보고 쓰고, 지나온 삶도 쓰고 지금의 삶도 쓰자고 했다. 잘 정리하고 싶었는데, 두서없이 풀어놓은 글들이 모이니 어수선하다. 어느 것을 어떻게 묶어야 할지 어렵다. 거기에 부끄러운 속마음을 주절주절 쓴 것을 책으로 묶어도 되는 것인지, 남에게 보일 수는 있는 것인지, 누군가에게 읽힐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 투성이다. 이 과정을 넘는 것 또한 나에게는 도전이다.


평소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자주 보고 듣다 보니, 시사 문제에 나름의 관점을 갖고 써 보고 싶어 졌다. 사회의 흐름을 분석하고 정리해보고 거기에 나름의 개인적 의견을 더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새로운 배움의 과제가 있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지레 겁먹고 주저앉지 않을 용기는 있다. 나의 새로운 시작은 이제 출발점을 막 지났을 뿐이기도 하고.


아침이면 브런치를 연다. 단상을 메모해두었던 것들을 다듬는다.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때마침 5월에 지역에서 자신이 취재할 내용에 대해 미리 카페에 알려달라고 공지가 뜬다. 내가 하겠다고 한 것은 5.18 관련 만화 전시회 취재다. 취재 과정 자체도 기대되고 내가 쓸 기사의 내용도 기대된다. 나의 글쓰기는 내가 만나는 세상의 모든 일 속으로 들어간다. 나의 글쓰기는 성장할 수 있을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나는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