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남편과 동네 밤마실을 나섰다. 동네 먹자골목에 사람들이 가득 차있는 곳이 많았다. 낮에 거리를 나가도 다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더니, 먹자골목의 가게들마다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역 상권을 위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 걱정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이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우리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하고 나서 처음 돌아보는 밤마실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하나 더 이유가 있었다. 경기 재난기본소득이 막 지역화폐로 입금되고 있는 중이다. 가게들을 보니 입구에 '지역화폐, 경기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민들에게 지급한 것이 효과를 보는 건가 싶었다.
평일 저녁 먹자골목에는 가게마다 청춘들이 넘쳤다. 유난히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그동안 참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넉넉히 이해가 되었다.
요즘,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거나 뉴스를 들어도 국가의 위상이나 국민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IMF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36개 회원국의 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성장률인 것은 분명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떡하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 전망이나 마이너스 성장률이나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와닿는 말은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가게가 북적거리는 것을 보니,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북적거리는 것이 맞는 건가 싶다가도, 아직은 코로나 상황이고, 공들여 쌓은 방역 시스템이 한방에 무너지고 다른 나라들처럼 다시 혼란에 돌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일요일, 대형 마트가 모두 문을 닫았다. 토요일에 라면 등 간단한 먹거리도 미리 사놓지 못했는데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시장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였다. 코로나 이전의 시장 모습, 아니 명절 때의 시장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다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너무 익숙한 단어여서 단번에 머리에 떠올랐지만 일단은 시장의 활기가 반가웠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나 시장 상인들의 모습 모두 생기가 있어 보였다. 상인들의 호객 소리도 유난히 크고 힘찼다. 가게마다에 역시 먹자골목에서 본 '지역화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팻말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의 문의가 많아서 붙여 놓은 것인지, 재난기본소득이 입금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붙여 놓은 것인지, 무튼 재난지원금이 시장의 경기 활성화에 큰 영향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자주 듣는 팟캐스트에서 경기 재난기본소득 신청 한 달 만에 60퍼센트 가까이 신청을 완료했다고 들었었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했고 이미 받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제 3개월 안에 그 금액을 사용해야 하니 가게와 시장을 많이 찾는구나 생각했다. 일 인당 십만 원의 금액에 시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을 합한 금액. 적은 금액일 수 있는데 이렇게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국가의 정책이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낮에 공원에서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은 물론이고 어린이용 놀이기구를 타는 어린이 손님들과 자전거 타는 청춘들, 마술 쇼를 선보이는 젊은이와 그를 둘러싼 관람객까지. 일거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듯한 풍경이었다.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의 마음으로 걱정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여느 해의 봄의 풍경 같은 모습은 반갑기까지 했다. 조금씩만 주의를 당부하고, 조금씩만 강조하면 생활 속 방역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코로나 19를 3차 세계대전이라고도 부른다. 총성 없는 전쟁의 상황에서 각 나라는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지만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의 생사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누군가는 전쟁으로 인해 이미 쓰러졌고 누군가는 사투 중이다. 나는 전쟁의 중심에서 비껴 있으니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어도, 전쟁은 승기를 빼앗기면 한 방에 큰 희생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어도, 또 승률이 높아도 끝난 것은 아니기에 조금 더 힘을 내고 조금 더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서 절실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