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일합니다

by 바람

기대하던 주말의 외식으로 이전에 갔던 집을 찾았다. 한 번 다녀가고 난 후 집에서도 내내 생각이 나서 몇 번을 벼르다 다시 찾은 곳이었다. 지난번보다 더 야무지게 식사를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이전에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선생님 생각이 났다. 지난겨울에 오랜만에 만나 식사하고 영화 보고 오래 얘기하고 헤어졌던 정말 가까운 친구 같은 선생님이었다. 마침 맛집도 그 샘이 사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서 더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톡을 했다.

"고등어구이와 간장게장 좋아하시나요?"

맛집 주소를 링크해서 같이 보냈다. 바로 답장이 왔다.

"간장게장 사랑하지요. 고등어구이도 좋구요."

맛있는 곳을 알고 나서 생각나는 사람, 맛있는 식사를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그 샘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이라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인사도 오갔다. 학교는 요즘 온라인 수업이 한창이라 그 선생님이 담당하는 한문과의 온라인 수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 샘은 기계치라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신문물, 신세계를 접하니 즐거움도 있다고 했다. 엄청 두려웠지만 이제는 1학기는 그냥 온라인 수업으로 쭉 가도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나는 기자 흉내 내고 글 쓰는 사람 흉내 내며 지낸다고 답했고 하다 보면 잘 될 때도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낸다고 덧붙였다. 정신 승리만이 살길이었다며. 약간은 자신감 없는 나의 대답에 긍정의 마음가짐도 멋지다는 응원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 잠시 쉬고 다시 밖으로 나와 공원을 거쳐 마을 한 바퀴 돌았다. 같이 걷던 남편이 발길을 멈추고 옆 가게의 간판에 주목했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 튀지 않는 명조체 정도로 쓰인, 디자인이랄 것도 없는 평범한 간판에 '네, 일합니다' 다섯 글자가 쓰여 있었다. 네일가게였다. 신박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간판이었다. 투명 유리 안에는 손님이 두 명 있었다. 간판 때문에 든 손님이 아닐까 마음대로 생각해 보았다.



문득 오전의 대화가 떠올랐다. 지금 뭐하고 지내냐는 말에 자신 없이 기자 흉내 내며, 글 쓰는 사람 흉내 내며 지낸다고 답한 것이 생각났다. 아마도 그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그 대답을 수정해야 할 핑곗거리를 만난 것 같았다. 혼자서라도 그 대답을 수정하고 싶어졌다. 간판처럼 '네, 일합니다'라고. 기사도 쓰고, 글도 쓰고, 글이 책이 되기 위해 고민도 하고, 기사가 조금 더 풍성하고 완벽하기 위해 취재도 한다고. 더 간단하게 '기사 쓰고 글을 써요.', '네, 일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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