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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Dec 31. 2020

‘신’을 위하여(?)

넷플릭스 영화 <호텔 뭄바이>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나라가 멈춘 것 같았던 한 해였다. 모든 일상이 구속받는 느낌이었다. 평범한 일상이 이토록 그리웠던 때가 있었던가 싶었다. 코로나가 발발하고 모두가 조심스럽게 이어가던 일상은 3월이 되며 집단 감염이 확산되었고 위험의 경고가 강화되었다. 그때부터는 마치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살얼음판을 디디듯 조심하며 하루빨리 상황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렸다.


다른 나라와 같은 대규모 확산은 막고 있었지만, 9월을 지나며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정 교회와의 연관이 확산의 중심에 있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그들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종교적 가치에 어울리는 책임의식을 그들에게 요구했던 것 같다.




영화 <호텔 뭄바이>에서 테러범들 역시 종교적 신념에 매몰된 사람들이다. 종교를 앞세운 그들에게 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의 삶은 안중에 없다. 생포된 테러범은 테러를 지시한 집단의 말을 전한다. 불신자들이 자신들을 가난으로 내몰았으며 짓밟고 나 몰라라 했다는 것. 자신들의 테러는 성전이며 최종 목표는 모두 죽는 것이라고.


“우린 알라를 위해서 싸우는 거야.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영화는 2008년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일어난 실제 사건을 이야기한다. 파키스탄 테러집단 ‘라쉬카르 에 타이바'에서 보낸 10명의 테러리스트가 인도 뭄바이에 해상으로 잡입했고, 5개 조로 나뉘어 무차별 살상을 벌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테러 사건으로 195명의 사상자와 35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테러범 10명 중 9명이 사살되고 1명이 생포되었다.


감독과 제작진은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사건 조사와 수많은 생존자,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했고, 그 과정에서 사건의 여러 가지 면을 발견하며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말한다. 촬영에 있어서도 실제 테러가 일어났던 CST 기차역, 테러범들이 보트를 타고 들어오는 어촌 마을 등 현장감을 위해 몇 개의 장면은 사건이 일어난 진짜 장소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또 사건의 생생함을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현지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캐스팅했고, 영화의 많은 부분을 인도에서 촬영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타지 호텔은 뭄바이 외곽에 대형 촬영지를 만들어 촬영했으며, 호텔 주방 내부 및 복도 등은 뭄바이 사건 이후 문을 닫았던 5성급 호텔을 개조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러닝타임 내내 총소리와 폭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소리만으로 공포를 부르기에 충분하다. 제작진은 현실적인 테러의 공포를 전달하기 위해 촬영장에 큰 스피커를 설치하고 큰 앰프를 통해 세트장에 총소리가 들리도록 연출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실제 테러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공포와 긴장감을 출연진 모두가 느끼도록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출 효과 때문인지 전쟁의 포화 같은 느낌은 생생하게 전달된다.


테러단의 행적과 공격은 거침없고 공포스러우며 잔혹하다.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투숙객과 직원들의 두려움도 생생하게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실제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인데도 오히려 테러범들의 행동은 실제 사건이 아닌 것처럼 잔혹하다. 태연하고 자연스러운 그들의 행동은 그래서 더욱 괴기스럽다.


무자비한 테러는 마치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행해진다. 때문에 사람들을 더욱 공포로 내몬다. 진압하는 경찰도 공포심을 느껴 진압을 두려워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테러의 현장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서도 불신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려움은 편견을 낳고 편견은 서로를 배척하게 만든다.


아르준(데브 파텔)이 자신에게 가해진 편견을 깨고 공포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그는 호텔의 일용직 노동자이고, 임신한 아내와 한 아이가 있는 가장이다. 출근하기 전 유난히 공을 들이며 머리에 터번을 두르는 장면은 마치 종교의 의식과 같다.


그는 자신이 쓴 터번으로 인해 공포를 느끼는 투숙객에게 터번에 얽힌 이야기를 하며 상대를 설득한다. 자신이 믿는 시크교도에게 터번은 명예와 용기의 상징이라는 것,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써 왔고, 벗고 나가면 가족에게 치욕으로 생각되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손님이 원하신다면 벗겠다고 말하는 그는 신중하고 차분하며 정중하다.


아르준의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말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명예와 용기의 상징이며 벗으면 치욕이 되지만, 그럼에도 원하면 벗을 수 있다고 말하는 아르준의 행동을 통해서, 종교적 원칙이 사람을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란 없다는 것. 아무리 거창한 종교적 신념일지라도 사람이 먼저이며, 두려움이나 공포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이해와 배려의 영역임을 알려준다.


영화에서는 극한의 상황에서 직업정신이나 인간적 도리에도 주목한다. 객실의 손님을 호출하면 그대로 죽을 것을 알고 죽음을 선택하는 직원의 모습이나, 자신들도 호텔에 남아 손님들의 대피를 돕겠다고 말하는 식당의 종업원들이 그러하다.


“손님은 신이다.”


호텔의 수석 셰프인 오베로이(아누팜 커)의 슬로건은 그가 손님을 대하는 자세와 식당을 운영하는 자세를 그대로 드러낸다. 손님을 맞는 자세에 대해서는 빈틈없는 그는 구두를 제대로 신고 오지 않은 아르준에게 단호하다. 하지만, 그의 간곡한 사정을 듣고는 자기 구두를 내어 주는 인정 많은 상사이며, 끝까지 손님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책임 있는 리더다.


영화는 테러의 원인이 된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종교 분쟁을 강조하기보다는 터러 현장에 남은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듯하다. 테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상대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사람들, 그들의 연대와 영웅적 행위에 주목한다.


테러를 저지르는 집단은 그들의 행위가 신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테러에서 투숙객들을 돕고 그들을 구출하는 사람들은 손님들이 신이기 때문에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테러를 자행하는 쪽이나 테러의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호텔 직원들이나 두 집단 모두 신을 위한 행동을 하지만, 한쪽은 죽이고 한쪽은 살린다.


종교는 죽음을 위한 것일까 삶을 위한 것일까. 테러를 일으킨 범인 중 하나는 자신이 일을 벌이는 대가로 받기로 한 돈이 가족에게 전달되었는지 전화로 확인한다. 동생들의 안부를 묻고 아버지에게 돈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테러의 마지막은 자신의 죽음이란 것을 알고 있다. 죽음 이후는 천국이 준비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가 살인을 저지른 대가로 받은 돈으로 가족들이 평안을 바라는 것은 그들이 믿는 종교적 신념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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