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연말과 새해의 한 주를 보냈다. 확진자 수 네 자리는 더욱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3단계가 되면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아직은 분명한 느낌이 없다. 매스컴은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단어를 선택하는 것 같다.
방송 때문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경계 단계를 올리게 된다. 이미 해외여행은 불가능한 지 오래됐고, 국내도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은 가지 않는다. 아니 가길 꺼린다. 가까이 움직이는 것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차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는 어떨까? 아니 걸어서 한 시간 정도는 괜찮은 걸까 늘 가늠하고 재단한다.
이렇게 해서 확 좁혀진 행동반경이 현재 내가 생활하는 영역이 된다. 가까이에 있는 것을 찾고 보고, 더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 먹거리도 즐긴다. 대체로 배달을 선택하지만 배달이 어렵거나 불필요할 때는 식당에서 조심스럽지만 맛있게 식사를 즐기기도 한다.
이렇게 최근 가까이에서 찾은 맛집이 된장찌개 하나로 빌딩을 샀다고 소문난 집이다. 집에서 12km 거리. 남들에게는 진작 소문이 났겠지만 내게는 이제야 찾은 귀한 맛집이다. 들어가자마자 1분의 시간차도 없이 주문과 동시에 나오는 된장찌개. 점심 식사 메뉴는 그것 하나다. 차돌이 들어간 차돌 된장찌개 뚝배기가 숯불에 올려지고 과하지 않게 자글자글 끓는다. 식사 중간쯤 되면 숯불에서 내려지고 뜨끈한 맛으로 바닥을 보일 때까지 먹을 수 있다.
두부도 큼직하게 듬뿍 넣고 차돌 고기도 넉넉히 넣어 고기 맛을 올리고 거기에 냉이가 들어가 신선한 맛도 내는 그야말로 알찬 점심식사다. 국대접에 가득 밥이 나오지만 많다고 걱정할 것도 없다. 먹다 보면 어느새 빈 그릇이 된다. 된장을 뜸뿍 떠서 밥에 슥슥 비비면 고기 맛과 두부의 부드러운 맛, 냉이의 아삭함이 함께 살아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 근처의 직장인이라면 음식이 나오는데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해 식후의 가벼운 산책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찾은 집은 명태조림이다. 신혼 초, 명절에 어머니께서는 큼직한 들통 가득 명태조림을 만드셨다. 그때 먹은 명태조림의 맛은 집에서 아무리 맛을 내려고 해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후로 명태조림은 먹고 싶지만 먹기 어려운 메뉴였다. 그랬던 명태조림이 몇 년 전부터 요리가 되어 전문점이 등장했고 직장에서 회식으로 몇 번 갔지만 가격에 놀라고, 가격에 비해 적은 양에 또 한 번 놀랐던 것 같다.
집에서 10분이면 도착하는 곳. 명태조림이 점심 메뉴로 식당 간판에 붙은 것을 보고는 무작정 들어갔다. 그 뒤로 여기저기 주변에서 눈에 띄어 점심메뉴로 찾았고 맛에 대해 실망한 적이 없었다. 아마도 명태라는 주 재료의 맛을 좋아하고 식감이 나의 입맛에 이미 최적화되어 있어 매워도 조금 달아도 좀 더 짭조름해도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은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연탄 석쇠불고기집이다. 동그란 양은 쟁반에 상추와 쪽마늘에 쌈장이 듬뿍, 연탄에서 방금 구워져 불맛이 살아있는 석쇠불고기가 나온다. 여기에 오래 끓여 맛있는 미역국과 몇 가지 반찬들. 밥 한 그릇은 뚝딱 치울 수 있는 음식이다.
테이블이 4개밖에 안 되는 작고 오래된 가게지만, 손님은 꾸준히 이어지는 것 같다. 주인장의 느긋한 움직임에 비해 식탁은 빨리 자려진다.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만족스러운 식사가 끝난다. 우리가 나가니 또 다른 손님이 입장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지 않아 다행이고 손님이 꾸준히 이어지니 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지역은 매일 확진자가 10명에서 20명 내외를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이 방문한 지역이나 장소를 확인하고 안심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일상생활은 유지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전히 맛집도 찾고 특별한 맛을 발굴하기도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난 동짓날은 근처의 팥죽을 파는 집이 가게 문 밖에까지 긴 줄로 이어졌고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크리스마스 전날에 이어 당일은 케이크를 사는 사람들로 모든 빵집이 붐볐다. 코로나로 인해 밖에서 즐기는 것이 제약을 받으니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으로라도 그날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았다.
어딜 가든 QR체크인이나 방문자 명부 작성은 기본이다. 체온을 재고 손 소독을 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식당에 들어가서도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을 한다. 혹시라도 마스크를 벗고 큰 소리로 웃으며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짝 경계를 한다. 더불어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서 조심해주었으면 하는 눈빛을 은근히 보낸다. 음식 앞에서 마음이 풀어지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그럼에도 이 시국을 넘기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잡고 조심하고 경계하는 자세를 갖춰주길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제법 큰 식당에 가도 대부분은 왁자하게 떠드는 분위기가 아니다. 조용하게 음식을 먹고, 먹으면 바로 마스크를 쓰고 나간다. 전처럼 오래 앉아 얘기하고 떠들며 먹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자신도 챙기고 다른 사람도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조심해야 지금 생활하는 만큼이라도 찾고 보고 즐길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전히 영업을 하는 식당이나 가게에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모두들 어렵다고 하고 그 어려움이 눈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잘 버텨주니 가게를 나오며 하는 모든 인사는 나의 진심이다.
2020년은 참 이상한 해였다. 어느 날 갑자기 마스크를 써야 했고 사람들을 경계하고 거리를 두어야 했고,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없었다. 은행에 들어갈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마스크가 없으면 탈 수 없었다. 땀이 차고 호흡까지 힘들었던 마스크는 이제 조금 편해졌고 적응이 되었다.
매년 칼같이 챙겼던 선크림을 올여름에는 따로 챙기지도 바르지도 않았다. 마스크를 쓴 이후로 지금까지도 기초화장 외에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있다. 마스크 걸이는 생활필수품이 되었고, 음료나 차를 마실 때에도 한 모금 마시고는 마스크를 바로 쓴다.
방송이 코로나로 인해 결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누구나 비슷하게 느끼겠지만, 이제는 코로나가 코앞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언제 나에게도, 내 주변에도 침투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거듭 조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2021년도 다르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새해가 주는 느낌은 뭔가 신선하고 기대된다.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