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조카에게
“똑바로 정신 차려! 이모 같은 인생 안 살려면!”
길을 걷다 들은 대화이다. 30대 중반 정도의 여성이 5, 6세 정도의 아이를 향해 횡단보도를 건너며 하는 말이었다. 길을 걷다 아이가 잠시 다른 곳에 한 눈을 팔고 신호를 놓칠 뻔한 상황이었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까. 여러 정황을 두루 이해한다고 해도 이 말은 너무 많이 나간,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이는 길을 건너 이모의 손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일어 뒤돌아서서 오래 쳐다보았다.
독서실 간판을 보며
O₂ 독서실 앞을 지난다. 독서실엔 날마다 숨 막히는 하루를 살아가는 수험생들이 있다. 이들의 숨통을 틔워줄 맑은 산소가 꼭 필요하다.
남편의 스트레칭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 어지간하게 아프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심하게 아픈 것 같았다. 며칠을 같이 병원에 가지고 얘기했는데도 주저하더니 혼자서 다녀왔다. 어떤 증상인지 물었다. 병원에서는 심하게 얘기를 한 것 같다. 공포를 주면 열심히 치료를 받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수술할 수도, 팔을 못 쓸 수도 있다고 했단다. 마음이 아팠다. 목디스크로 인해 온 병증이라고, 꼭 운동을 하라고 했고 다녀온 첫날부터 시작했다. 병원에서 준 책자에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동작들이 사진으로 박혀 있었다. 동작마다 동그라미를 쳐 놓고 그것들을 10초씩 3세트 하라고 했단다. 딸이 스트레칭 코치가 됐다. 옆에서 같이 하라고 해서 얼결에 같이 동작을 하고 있다. 동작 15개 정도 되는 것들을 오른쪽 왼쪽 번갈아서 10초씩 3세트. 준비하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고 해서 20분 정도 소요되는 시간을 열심히 따라 했다. 엄격한 선생이라서 바른 자세를 하느라 오히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지적받고 고치고 하느라 제법 힘들었다. 팔을 들 수 없는 남편은 힘든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고스란히 찡그린 표정으로 나타났다.
사회도 사람도 여기저기 고장이 심하게 온다. 차근차근 오면 좋으련만 한꺼번에 몰려든다. 어린아이에게도, 청년들에게도, 어른에게도. 이도, 허리도, 팔도, 어깨도, 다리도……. 고치며 살아야 한다고 장난처럼 말하지만 서글프다. 생로병병병병……, 사를 기다릴 것도 없이 병에 지쳐 죽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