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예 장편소설 <라스트 젤리 샷>
사람들은 열정과 의지에서 발현되는 기적을 믿지만, 현실은 지나칠 정도로 이성적일 때가 있었다. 가끔보다 더 자주, 그래서 꿈은 사람을 자주 울렸다. 또한 기계들은 인간이 꿈은 좇는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이상에 닿았다. 그들은 꼬리의 잔상조차 남기지 않는 무시무시한 빛줄기였고, 인간이 시린 눈을 감은 때에는 이미 지상에 불시착한 뒤였다.(p.96-97)
인간이 믿는 신이란 작자를 분석하는 동안 데우스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식별이 명징해진다는 건 대상을 세세히 안다는 것이고, 아는 상태는 이해를 불러일으키기 쉽고, 앎과 이해가 곧 동화의 싹이 된다는 것을. 오로지 식별만으로 끝나는 앎은 존재하기 어려웠다. 아는 순간 느낄 수 있어지는 것. 그것은 감정과 신앙의 유사점이기도 했다.(p.185)
"인간이 타자를 어여쁘게 여기면 사랑이 되고 내가 타자를 어여쁘게 여기면 단지 간병일 뿐입니까. 만약 내가 간병이 아닌 방식으로 이 마음을 표현하는 존재가 된다면 나의 사랑은 인정받을 수 있습니까."(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