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시간이 머무는 곳
<남다른 고택>

구영길 사람들

by 서용원

오후의 구영길은 한가롭다. 특히 평일은 더욱더.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이 한가함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 디저트 카페 '남다른 고택'으로 가보자. 구영3길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마치 바둑판처럼 격자무늬로 짜인 길 때문에 헷갈릴 수 있지만, 너무 걱정 마시길. 초원 사진관을 뒤에 두고 출발해 오른쪽으로만 향하지 않는다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ditor 서용원 photo 손영배


남다른 고택은 '카페 남다른'의 2호점이다. 군산여고를 졸업한 대표는 9년 만에 구영길로 돌아왔다고 했다. 주택가였던 동네는 관광 단지로 변해 있었지만, 좁은 골목의 한적한 느낌은 그대로였다. 그 분위기가 좋아 곧장 카페 자리를 알아봤다. 골목의 여유로움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을 구했을 때, 그는 자신을 꼭 닮은 카페를 꿈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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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 학교 앞에 가게를 연다는 게 굉장히 특별한 경험인 것 같아요. 학교 다니면서 한 번쯤 생각은 했어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구영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어요. 본점 공간이 정말 좁거든요.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드시고 이야기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시더라고요. 서로의 이야기가 다 들리니까. 그래서 공간의 여유를 드릴 수 있는 곳으로 찾기도 했고, 제가 생각했던 카페의 분위기와 골목의 여유로움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어요. 구영길을 생각하고 시작한 카페는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집밖에 없었던 격자무늬 주택가였는데, 몇 년 사이에 이렇게 개발이 됐더라고요.


가게 이름에서 예사롭지 않은 자부심이 느껴져요.

'남다른'은 보통의 사람과 유난히 다르다는 뜻인데요. 저는 카페를 열면 남들과는 다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과 제빵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카페에서 한 번도 일해본 적 없기 때문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똑같은 디저트지만, 제 나름의 방법과 레시피를 찾아서 만들기 때문에 결과로 나오는 제품은 남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실제로 사람이 살던 집이었대요. 동국사에 가면 예전 집 사진이 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예쁘기도 하고, 건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단어도 고택이 가장 어울려서 '남다른 고택'으로 부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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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의 분위기를 살리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정말 웬만하면 건물을 해치고 싶지 않았는데, 외관이나 창틀 같은 곳은 건물 기둥이 틀어져서 수리를 맡길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천장을 통해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죠. 다들 들어오셔서 천장을 보면 아시더라고요. 실내 장식은 고택 분위기를 낸답시고 너무 옛날 물건만 가져다 놓으면 젊은 세대랑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럽풍의 물건을 섞어 과하지 않게 배치했는데, 잘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소품 같은 거에 관심이 별로 없었거든요. (웃음) 아, 그리고 주변에서 선물 받은 소품들이 많아요. 가게에 어울릴 것 같다며 가져다주셨는데, 소품과 카페와 길이 한데 어우러져 제 공간만의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 너무 좋아요.


제과 제빵 전공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직접 디저트를 만들고 있어요. 카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저는 원래 보육 교사였어요. 회사나 공장 안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파견 나가 일하는 형태였죠.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생겨 작은 카페를 열었는데, 한국 지엠이 철수하면서 다른 곳으로 발령받은 거예요. 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다가 퇴사를 선택했어요. 디저트도 처음에는 정말 사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거예요. 커피나 음료만 가지고는 수익이 많지 않거든요. 심지어 저는 단 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디저트를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아니, 마음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야 하나. (웃음) 그래도 제가 보육 교사기도 했고,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덕을 크게 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봤을 때 먹고 싶어야 하니까. 이 조화가 잘 이루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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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종류가 정말 많은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아니면 조합도 좋아요.

제가 단 거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저희 디저트도 별로 달지 않아요. 제가 먹었을 때 맛있어야 자신 있게 내어드릴 수 있으니까, 손님들도 그런 걸 추구하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쑥 브라우니나 흑임자 우유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는 아니잖아요? 우유 같은 경우는 스티커 디자인부터 조리법까지 저의 모든 게 들어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여름에도 강원도 고랭지 딸기를 사용하는 수제 딸기우유는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제빵은 마카롱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달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개를 먹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게 제가 만들고 싶은 디저트기도 하고요.


카페에 들어와서 편안함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분위기도 그렇고 음식도 자극적이지 않아요.

이곳에서 손님들께 바라는 점은 여유롭게 있다가 가는 거예요. 잘 보시면 제가 가게에 시계를 안 달았어요. 그냥 편히, 여유롭게 있다가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원래 마감이 오후 10시인데 그때까지 나가지 않아도 굳이 마감이라고 하지 않아요. 이 동네에서 늦게까지 하는 카페가 별로 없기도 하고, 여기까지 찾아오셨는데 여유롭게 있다 갔으면 좋겠어요. 저도 사실 손님 없는 시간에 여기 앉아서 책 보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웃음) 이쪽 큰 창문을 다 열면 앞이 탁 트여서 바람이 솔솔 부는데, 아주 명당이에요. 3~4시간이 금방 가죠.


하지만 가게를 운영하면 구영길에서의 삶도 생각보다 여유롭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가게를 열기 전과 후로 예상했던 모습과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관광지다 보니 주말에는 여유를 느끼기 힘들어요. 제가 생각했던 가게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에서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2층까지 꽉 차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상을 몇 개 더 빼야 하나 생각도 했어요.


보통 손님이 많으면 자리 늘릴 생각을 하는데, 그 반대네요.

사실 이미 상을 뺐거든요. 최근에 소방법이 바뀌면서 내부 공사를 다시 했어요. 공사 때문에 안쪽 공간 면적이 줄어들어서 뺄 수밖에 없었죠. 넓었던 공간이 줄어드니 여유로움도 줄어든 것 같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분위기도 안 나는데 상도 빠지고, 진짜 속상했어요. 그래도 손님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붙어 있지는 않으니까, 만족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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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초기부터 이것만큼은 꼭 지키는 신념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디저트는 제가 만든 걸 제가 팔아야 해요. 그래서 저는 납품이나 체인점 문의를 받지 않아요. 납품은 제가 만든 제품을 다른 분 이름으로 파는 건데, 제품에 관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대신 답변해드릴 수가 없잖아요. 제품의 판매 과정을 알아야 어디에서 잘못돼 문제가 생긴 건지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데, 제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럴 수가 없거든요. 제가 만든 제품은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팔고 싶어요. 그리고 어떤 음식이든 손이 많이 갈수록 맛있어요. (웃음)


요즘 레트로풍이 유행하면서 구영길에도 여러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앞으로 구영길이 이렇게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있나요?

콘텐츠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여기 와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 '공존'이거든요. 처음엔 저도 경쟁심을 갖고 일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요즘 느끼는 거는 사람들이 더 들어와야 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더 와서 할 게 많아져야 같이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희 매장 안뜰에서 플리 마켓을 하거든요. 로컬라이즈 대표님들도 몇 번 오셨는데, 주변 친한 창업가들끼리 모여 노는 자리였어요. 저희끼리 돈 뽑아와서 서로 제품 사기 바쁘고. (웃음)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재미있어 보이니까 지나가다가 멈춰서 구경도 하시고, 사 가시는 분들도 계세요. 청년들이 다양한 시도를 한다고 알릴 수 있는 이런 기회들이 생기고 있긴 한데,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더욱 재미있는 기획과 행사를 다채롭게 채울 수 있는 콘텐츠, 즉 사람이 필요합니다.


현재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네. 행복해요. 어쨌든 제 가게, 제 공간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저도 어린 나이인데 제 공간을 갖고 있고, 이 안에서 다양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가능성이 있으니까. 안 되면 말고, 또 다른 거 하면 되죠. 개인적으로 단골손님들이랑 연탄 나르기 봉사 같은 것도 하고 싶은데요. 제가 자부할 수 있는 게 단골손님이에요. 서로 언니 동생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분들이 점점 생기고 있거든요. 이 고택으로 와서 더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고, 얻은 것도 많았어요. 이제 받은 걸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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