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걸 당신도 좋아해
주길 <마이 페이보릿>

구영길 사람들

by 서용원

구영길의 시작과 끝, 구영1길. 집주인의 이름을 딴 일본식 가옥으로 향하는 사람들 때문에 붐비는 듯하지만,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호젓해지고 마는 신비한 골목. 영화 소품 숍 마이 페이보릿은 그 길 위에 서 있다. 누군가의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공간은 애써 눈에 띄려 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editor 서용원 photo 손영배


햇살이 눈 부시던 오후, 신현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잘 다니던 광고 대행사를 그만두고 군산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햇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만, 그제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바로 그의 '최애'는 영화라는 것. 그리고 그의 마음이 변하지 않고 오래 지속될 수 있길 나 또한,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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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이름이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영화 스토어긴 하지만 영화가 직접 들어간 이름을 짓고 싶지는 않았어요. 영화, 시네마, 무비, 뭐 이런 것들이요. 영화 제목에서 따올까도 생각했는데 <비 카인드 리와인드>라고 미셸 공드리 영화가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고 내용도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 나와서 이것저것 만들고 하거든요. 여러 개 놓고 고르다가 예전부터 생각해 놓은 '마이 페이보릿'으로 정한 거죠. 회사 다닐 때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 이름 중 하나였거든요. 실제로도 매장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으니까 그런 콘셉트랑 잘 맞아서 결정했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골목의 한갓진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고 표현하신 걸 봤어요. 비슷한 분위기의 개복동이나 장미동 같은 곳도 있는데, 이곳 월명동 구영길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개복동이나 장미동은 장사 시작하고 지내면서 알게 됐어요. 약간 급작스럽게 내려오느라 상권 분석을 꼼꼼하게 하지 못했거든요. 이쪽으로 들어온 건 골목의 분위기 때문이에요. 관광지라서 북적거릴 때도 있지만, 한가할 때 느낄 수 있는 그 고요함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불리한 거죠. 한가하다는 건. (웃음) 그래도 그런 분위기와 제가 원했던 가게의 느낌이 비슷했고, 또 구영길은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걸어서 돌아다니기 좋잖아요. 그렇게 넓지도 않고. 걷는 과정에 들를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남아도 좋겠다 싶어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와 가게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그래서 가능하면 손님들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주로 평일이 그런데, 주말에는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골목이나 가게도 복작복작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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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꾸밀 때 염두에 둔 부분이 있을까요?

건물이 굉장히 오래된 일본 가옥이어서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가옥의 느낌이 골목의 분위기와도 잘 맞는 것 같았고요. 천장 같은 건 그대로 둬서 옛날 느낌을 살리고, 전체적으로 나무를 많이 사용해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냈어요. 이런 식으로 건물의 콘셉트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구체적인 인테리어를 한 것 같아요.


가게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요?

음, 한 곳을 정하기는 어려운데. (웃음) 손님들은 LP판이나 카세트테이프 전시된 곳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요즘 젊은 분들은 접하기 어려운 물건이니까 재미있어하시고, 나이 드신 분들은 옛날 추억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또 저희는 영화 음악만 모아 놓다 보니까 영화 이야기하면서 즐거워하시고 그래요.


굿즈는 어떻게 구해 오시는 거예요?

굉장히 다양해요. 저희가 판매하는 종류가 많기도 하고, 또 한 곳에서 다양한 종류를 취급하는 도매사가 별로 없어서 다 일일이 연락해서 가져오는 것들이죠. 덕분에 새로운 아이템 발굴하고 어떤 루트로 구할 수 있을지 찾는 게 저의 주된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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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보니까 500장 한정 타이타닉 LP판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은 오히려 국내 정식 수입사가 있어요. 그러면 국내에 들어오는 수량 안에서 매장끼리 주문을 나눠 갖는 건데, 운이 좋으면 그렇게 확보할 수도 있죠.


특히 영화 굿즈는 좋아하는 것과 '잘 팔리는 것'이 다를 것 같아요.

고민되는 부분이죠.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니까요. 실제로 여기는 관광지기 때문에 일반 손님들이 많아서, 마블이나 디즈니 상품이 잘 나가는 편이거든요. 고민은 되는데 개인적으로 마지노선을 정해 놓고 조절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디즈니 상품이 잘 팔린다고 많이 갖다 놓으면 가게가 디즈니 숍처럼 보이니까 그런 비율을 조절하는 거죠. 한 가지 다행인 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안에 있는 것 중에 제가 좋아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거예요. 저는 예술 영화나 인디 영화도 많이 보지만, 해리포터나 지브리, 디즈니 같은 영화도 좋아하거든요. 반대로 영화제에서 진행하는 플리 마켓에 가면 거기 오시는 분들은 예술 영화나 인디 영화 굿즈를 찾으시니까, 그렇게도 소개해드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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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과 보람 있었던 적은 언제일까요?

작년 8월에 문 열고 몇 달 지났을 때, 비수기가 시작돼서 거리에 사람이 정말 없었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시작했는데도, 하루 종일 매출이 없으니까 초조해지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생계가 달린 문제니까 매출이 정말 안 나왔을 때는 조금 힘들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자리를 잡아서 저희 때문에 일부러 군산에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 뵐 때마다 정말 너무 감사해요. 제가 부족해서 실망하시면 어떡하나 걱정되기도 하고요. 제가 잘해야죠. 하하.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 또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지역 분들 위주로 저녁 시간에 영화 관련 행사나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 동네가 저녁에는 사람이 없어서 지금은 부담스럽긴 한데, 지역 분들 중에서 단골이 조금씩 생기고 있거든요. 그런 분들이 조금 더 많아지면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글 쓰는 일로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데요. 원래 회사 다니면서 프리랜서로 영화 관련 글을 썼거든요. 그런데 군산에 오면서 못하고 있어요. 가게보다 먼저 준비했던 일도 독립 출판 영화 잡지기도 했고, 더 늦기 전에 글로 된 결과물을 남기고 싶네요.


현재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물론 힘들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으로 돌아가서 결정하라고 하면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릴 거예요. 회사 다닐 때는 경제적으로 여유롭긴 했지만, 행복하진 않았어요. 회사 생활이 다 그렇겠지만, 광고 대행업의 특성상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거든요. 뭐 하나 결정하려면 회의도 많이 하고 광고주 찾아가서 설득도 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결정을 제가 내릴 수 있고, 책임도 제가 지면 끝이에요. 내 일을 하니까 훨씬 재미있고 삶에서 느끼는 행복도 큰 것 같아요.


대표님에게 가게는 어떤 공간일까요?

좋아하는 영화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니면 몰랐던 영화도 언젠가 좋아하게 될 것만 같은 곳도 좋겠네요. 깔끔한 표현은 아니지만, 누구든 지나가다가 들어와서 옛날에 재미있게 본 영화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부모님 세대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영화를 너무 좋아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거죠. 영화도 알려주고 왜 좋아하는지 그 영화의 매력도 전해주고 싶은. 가게를 나와서 이곳에서 알게 된 영화를 찾아보게 된다면 더욱 좋고요.


덕후의 마음이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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