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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원 Mar 01. 2021

그 남자 4-3

남자는 다시 책상에 앉아 있다.

앞에는 큰 모니터 두 개가 놓여 있었는데, 그는 전보다 더욱 열중한 듯 화면을 보며 더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실내에는 오직 딸각거리는 마우스와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뿐이었다.

적막이 감돌았다.


갑자기 벨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번엔 놀라지 않았다.

그의 통화가 시작됐다.


그는 "예"만 다섯 번째 반복하는 중이다.

통화 내용은 알 길이 없었으나 역시 좋지 않은 내용임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 덕분이었다.


6번째 "예" 다음으로 "어쩔 수 없죠"가 나왔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9번째 "예"를 끝으로 통화는 종료됐다.


남자의 입에서는 걸쭉한 육두문자가 나왔다.

"왜! 씨발! 왜! 나는..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왜 안 되는 거야! 씨발, 빌어먹을!"


그의 좌절감이 느껴졌다.

더 있다간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아 다음 칸으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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