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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나무 Feb 14. 2023

늦둥이 엄마 아이 친구 만들어 주기 3

 아이가 사 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 일 학년을 다니던 그 가을 내 마음은 사 년 동안 열대에서 적응되어 부드러운 가을바람도 싸늘하게 느끼던 내 몸보다도 더 많이 쌀쌀하고 추웠다. 지금은 기억도 희미한 혹은 기억은 생생하지만 지워버리고 싶었던 가슴 차갑게 하는 많은 일들이 그 가을 낙엽 사이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아이에게는 말했다. 처음은 좀 어렵지만 곧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친구를 사귀는데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먼저 학교 담임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다.

  나도 교사이지만 이 문제는 참 어려웠다. 경험에 의하면(물론  나는 사춘기 아이들을 담당했었지만) 교사의 개입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교사 시절 몇 번 호기로움으로 학생들의 교우 문제로 개입했다가 두고두고 후회할만한 몇 번의 경험이 뼈 아프게 남아있던 터였다. 하지만 아이의 학교생활의 문제는 담임이 알고 있어야 한다. 이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간혹 이 문제를 숨기는 엄마들이 많다. 혹시 아이가 부적응으로 인식될까 봐 혹은 교사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이 문제를 선생님에게 숨기는 경우도 많은데 교사가 알지 못하면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불과 며칠 만에 시원한 가을바람이 살을 콕콕 치르는 찬 바람으로 바뀐 어느 날 나는 학교로 가는 짧은 길을 몇 번이나 되짚어 돌아왔다 돌아가며 선생님에게 할 말을 복기했다.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아이가 전학 온 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니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예전엔 친구 사귀기가 힘든 아이가 있으면 담임이 그 반에서 성격 좋은 응팔의 덕선이 같은 아이를 친구로 정해주면 둘은 서로 친구가 된다. 그리고 덕선이 같은 아이가 나서서 친구를 도와주고 보호해 주며 새로운 친구까지 사귀게 된다. 이런 아름다운 스토리가 슬프게도 이제 교실에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담임 선생님이 아이의 친구문제에 잘못 개입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담임이 그 아이를 편애한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친구가 없는 아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수도 있다. 또한 요즘 아이들은 친구 없는 아이와 친해지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한다. 그런 아이와 놀다 보면 자기도 왕따처럼 보인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이 친하던 아이들과 소원해질 것을 두려워해서이기도 하다.


학부모들도 자신의 아이들이 친구 없는 아이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친구는 딸이 너무 착해서 맨날 선생님이 친구 없는 아이의 짝을 시킨다며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내 친구의 딸은 무던하고 원만한 성격에 공부도 잘하고 매사 리더십이 있어서 매해 초 담임이 다소 문제가 있거나 외톨이거나 학습능력이 처지는 아이와 짝을 만들어 주는 바람에 모범생들과 친구를 할 기회가 없어지고, 아이들에게 더불어 소외당한다며 속상해했다.  그때 나는 참 입바른 말을 했었다.


 며칠 뒤 딸아이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새로 짝을 지어준 친구를 사귀었다고  좋아하며 친구의 생일 선물로 당시에 유행하던 오만 원이 넘는 장난감 전화기를 사주어야 한다고 했다. (벌써 십여 년 전이다) 생일 파티에 갈 거냐고 했더니 친구는 생일파티는 안 하지만 꼭 사주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생일 파티에 가지도 않고 사귄 지 며칠 되지도 않는 친구에게 특히나 비싼 물건을 사달라는 친구에게 무조건 사달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아이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틀 뒤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갔던 친정 엄마가 딸아이가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친구에게 멱살을 잡혀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 아이는 달려가 버리고 딸아이는 울먹거리며 생일선물을 안주어서 친구가 화났다고 했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가슴이 벌렁거렸다. 아이에게 사실을 물어보려고 하니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울먹이며 내 눈치를 보았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뭔가  잘못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할까 봐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알았다고 말을 하고 아이방을 나서는데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담임 선생님께 바로 말할 수가 없었다. 흥분한 상태에서 실수할 거 같았다. 내가 나이 많은 엄마라  과하게  아이를 보호한다는  느낌을 줄 거 같았다. 내가 교사라 선생님에게 간섭하는 거 같았다.  


그렇지만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매일 전화를  들었다 놓았다를 수없이 하면서 시간이 좀 지닌가기를 바랐다.  아이는 아침저녁 친정엄마가 데려다주고 관찰했는데  다행히 그 이후로  그 친구는 딸아이에게 별다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천 날 같은  사흘이 지나고  운동회에 참석해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을 말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 아이는 착하다고 말씀을 시작하셨다. 그냥 환경이 좀 안 좋을  뿐 그 아이는 착하고 여러 가지 오해가 있었다며 그 아이를 두둔하셨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나는 솔직히 이해했다. 나도 담임의 입장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 아이도 챙겨야 하는 것이 담임선생님이니 말이다.   나는 서운하고 속상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잘 부탁드린다며  돌아섰다  가슴이  아리면서 반성 이 밀려왔다. 수십 년간   나도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자식을 키우는 건 내 그림자를  바라보며 가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이미 아이에게 잘 말했으니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짝을 바꾸어 주시겠다고 했다. 이 주마다 하는 짝 바꾸기가 두어 번 지나갔을 때 담임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지나치게 티를 내며 짝을 바꾸면 오히려 좀 그럴 거 같아서 기다렸다가 이번에 바꾸어준 짝은 성격도 좋고,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착한 아이라고 몇 번 말씀하셨다. 고맙다고 전화기에 대고 구십 도로 인사를 하며 머리를 조아리다가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좀 서글퍼졌다. 우리 아이가 뭔가 좀 문제가 있는 아이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학을 와서 처음에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것뿐인데... 그러다가 이런 생각하는 내가 좀 그런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그 뒤로 여러 담임선생님들은 다소 소심한 아이의 친구 사귀기에 신경을 써주셨고, 아이가 친구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친구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간에 오해와 불신이 생기게 되고 담임에 대한 오해와 불신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담임선생님을 믿는 쪽이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담임선생님들이 부러 짝을 짓거나 하는 것보다 어떤 일을 같이 하게 해 주시는 경우 친구가 쉽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한 번은 딸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독서 골든벨에 같이 나갈 친구를 맺어주셨는데 그 친구와는 취향도 비슷하고 해서 아주 친해졌다. 또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는 아이들을 둘셋을 짝 지어주시면 같이 심부름을 하다가 친해지기도 하고, 청소를 하거나 할 때 같이 하는 아이들이 친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같이 할 시간이 없는데, 수업 이외의 시간에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경우가 있으면 연대감도 생기고 친밀감도 생겨서 친해지기가 쉬어진다. 그리고 공부 잘하는 아이, 착한 아이와 짝을 지어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성향이 비슷하거나 무언가를 같이 할 수 있는 아이와 짝을 지어달라고 하는 쪽이 친구 사귀기에는 좋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아이는 새로운 짝과 친해져서  나는 아이 짝의 엄마에게 공손한 태도로 전화를 해서 같이 놀게 되었고 짝의 또  다른  친구들과도 친구가 되고  같은 아파트 친구들을 사귀어  첫눈 내리는 아파트 단지에서 거의 눈 사람이 되어서 눈 사이에  울리는 딸아이의 밝은 웃음소리가  좋아서  나무 뒤에서 나는 눈사람이 되어도 그냥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나와는 성향이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오직 같은 나이의  딸을 키운다는  같은  동질성을 가진,  오십  년 동안 사귄 사람들과는  결이 다른 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나게 되었다.오십에 마난 새로운 도전이었다. 난  그 도전에 맞서며 오십 고개를 넘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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