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에 한 번도 들인 적이 없는 사교육비와 늙어 가는 나에게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가면서도 나는
어찌어찌, 겨우 겨우, 심봉사 외나무다리 건너듯이 학원 세 곳에 등록을 하게 되었다. (수학 영어 미술)
그러나 처음의 원대한 꿈은 사라지고 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고객님 당황하셨어요?라고 묻는 듯한 사교육의 현장에서 당황하는 것 말고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나는 나대로 딸은 딸 대로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었다.
딸아이는 친구들 한꺼 번에 한국 가는 것이 놀러 가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에 한마디 한 것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치렀고, 나는 평생의 신념을 망각하고 늦둥이 딸이 학업에 재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어미의 슬픈 욕망에 대한 대가를 충분하게 치렀다.
더 이상 뜨거울 곳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이 더운 2023년 8월 중순, 한국에서의 에서의 한 달을 끝내던 날
이번 여름 나의 고난 역사를 잘 아는 후배는 지쳐서 늘어질 대로 늘어진 몸과 마음을 다스리지도 못하고 다시 적도의 땅으로 떠나는 나에게 물었다.
- 그래서? 결과는 어쨌어? 돈과 시간을 들인 만큼 효과는 있었어? -
늦둥이 딸아이의 사교육을 위해 삼십 년 나의 신념을(공부는 잘하는 아이들이 하는 것이고, 억지로 사교육에 돈과 시간을 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버선 목 뒤집듯 뒤집어 버린 나는 변명도 의미 없다 싶어졌다.
- 아니 맹자가 있어야 맹모가 있지. 한 여름의 꿈이지. 그래도 한 번은 해 봤으니 뭐 나도 나름 최선을 다한거지. 현실 직시가 좀 슬프지만 울 딸 하고 어젯밤에 두 손 꼭 잡고 말했어. 이제 고등학교 입학하면 학교 공부 열심히 하고 졸업하고 나오기로.... -
후배가 비웃는 표정을 지었는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는지는 서로가 민망해서 얼굴을 보지 않아 모르겠다. 그리고 적도 날씨를 이야기했다.
ㅡ뜨거운 여름만큼 뜨거웠던 늦둥이 엄마의 뜨거운 욕망은 여름이 가면 사라지는 열기처럼 진실과 깨달음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