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책 중에 무엇을 골라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또 독서라는 말이 주는 중압감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은 이미 책을 읽고 있다. 그 책이 청소년 소설일 수도 있고, 청소년을 위한 로맨스 소설, 혹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고어류의 책일 수도 있다. 하다 못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단편소설은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읽고 있다.
나는 속된 말로 땡기는 책을 읽으라고 한다. 음식도 땡기는 음식이 맛도 있고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주듯이 책도 땡기는 즉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 어떤 종류의 책이든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읽고 싶은 혹은 읽고 있는 책 종류를 읽으면 되는 것이다.
죽어도 책을 읽지 못하거나 읽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어쩔 수 없다. 죽어도 운동하기 싫은 사람에게 강제로 하게 할 수는 없듯이 독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책을 꼭 읽어야만 하는 데 읽지 못하는 경우는 여기에서는 예외로 하겠다. 그런 경우는 다소의 특수한 방법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읽을 의지도 읽을 능력도 되는데 특별하게 읽을거리를 잘 못 고르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시작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경우 첫 번 째는 교과서 소설에서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책들은 고증을 거쳐서 수록된 것들이다. 현재 출간되는 국어, 문학 교과서는 십 여종이 넘는다. 그중 반복되는 것도 가끔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수십 편이 넘는다.
슬프게도 많은 아이들은 교과서에 수록된 소설에 매력을 느끼 못하는데 너무나 검증이 잘된 문제점이 적고 교육과정의 주제나 형식에 맞추어진 소설이기에 흔히 추구하는 재미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또 소설을 소설로 읽기보다, 처음부터 시대적 배경이 어쩌고 주제가 어떻고, 심상과 상징이 무엇이고를 따지고 들면 소설이 주는 매력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지식이나 정보로서의 교재의 성격이 강해져서 재미를 느낄 틈도 없고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재미를 못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과서에는 전문이 실리지 않는다. 소설은 전체를 쭉 읽고 났을 때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이 오는데 교과서에는 그 소설의 특징이나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몇 페이지가 실리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그 부분이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을 읽으라고 하면, 재미가 없다고 한다.
나는 교과서에 실린 소설 중에 수업 시간에 배우지 않은 소설의 전문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지식이나 정보에 연연하지 않고 소설 전체를 읽다 보면 나름의 즐거움과 함께 소설 전체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나는 성공한 독서는 독서 이후에 다른 독서를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고 나면 반드시 다음에 읽을 책이 생긴다. 김유정의 '동백꽃'을 재미 읽게 읽었다면 다음엔 김유정의 '봄봄'이나 황순원의 '소나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책 한 권 혹은 한 편을 읽어 내게 되면 물리적으로도 독서에 대한 힘이 생기지만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자신감과 독서에 대한 영감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한 권의 책을 잘 읽어야 하는데 이때 책을 어떤 책을 읽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검증되고 도움이 되는 교과서 소설을 읽는 것도 쉽게 책을 고르는 방법이다.
다음으로는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다. 자신이 관심 있고, 흥미를 느끼며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기에 그 방면의 책을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웹툰을 좋아하는 우리 딸은 웹툰이나 웹툰 관련 책을 주야장천 읽어 댔고, 내가 가르친 축구를 좋아하던 아이는 독서 시간에 주야장천 축구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이러면 많은 어른들은(?) 걱정을 한다. 독서는 편향되지 않게 해야지 한쪽 분야의 책만 일게 되면 편향된 사고를 가지게 된다든지, 공부하고 살아가는데 적절한 정보와 지식을 가질 수 없게 된다든지, 심지어 논술을 위한 독서에서 멀어진다고 한탄하는 학부모를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것은 또 생각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책이라도 잘 이해하고 읽을 수 있게 되면 다른 책을 읽는데 도움을 주어 필요한 다른 분야의 책도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논술은 오히려 더 풍부한 깊이의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리고 일단 처음에 책을 읽을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독서는 되지 않는다. 일단 읽고 싶은 것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고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르다 보면 결국은 범위를 넓혀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권장 독서 목록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가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정되는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들을 볼 때면 '왜 이 책을 읽으라고 하지, 이것을 읽을 수 있나? 이것은 이쪽으로 편향된 것인데, 이걸 지금 학생들이 읽을 필요가 있나' 하는 책들이 한 두건 씩 혹은 몇 권씩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나의 생각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이 절대 객관적이며, 나의 사고가 언제나 옳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몇 곳의 공신력 있는 곳의 권장 독서목록은 나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권장 독서 목록에서 책을 고르라고 하면 언제나 어렵다거나 재미없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권장 도서 목록을 앞에 두고도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누군가 나에게 청소년에게 필요한 독서 목록을 작성해 달라고 하면 내 경험(내가 읽은)이나 정보력(알고 있는)에 의한, 인터넷 서핑을 통해 모은 정보에 의한 책을 선정해주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개인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달라고 하면 상당히 난처할 것이다. 즉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을 알지 못하므로 무작정 골라 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략의 책을 골라준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나는 이것이 독서 능력 중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독서 수업을 할 때 첫 시간에는 학생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한 시간 내내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르도록 하는 시간을 주었다. 이때 독서 능력이 있고 독서를 제대로 한 아이들일수록 책을 고르는 시간이 짧았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미 성공적인 독서를 마친 아이는 별 고민 없이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른다. 그리고 또 성공적인 독서를 한다. 그런데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일수록 책을 고르지 못한다. 자꾸자꾸 책을 고르고, 고르고 결정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고른 능력도 독서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책을 잘 고르는 아이는 자신의 독서 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책을 고르는 일부터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이 책을 고르고 그것을 대강 훑어볼 시간을 주고 나서 자신이 읽을 수 있을지를 판단해서 읽을 수 있다고 생각되면 그 책을 읽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책을 고를 수 있게 해 주었는데 이때 고를 수 있는 책의 권수를 세 권에서 다섯 권 이하로 한정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책을 바꾸다가 아예 고르지 못하고 한 시간을 다 보내서 결국은 책을 고르지 못하게 되는데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 아예 책을 고르는 것 자체를 회피하게 되어서 독서와 아예 멀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서는 책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하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어야 하고 이런 능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할 때는 흥미 있는 책,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는데 이런 것이 다 쉽지 않을 때는 교과서에 수록된 소설의 전문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